이미지 크게보기 박영수(오른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보고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선거법 개정’ 내용·의미

후보등록 선거일전 40일로
기간 늘려 검증 강화 제안

언론기관 공약 평가 자율화
여론조사 공표도 2일전까지

기간·방식 완화 신인에 기회
정치권 이해따라 논란 가능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에는 엄격하게 규제돼 온 선거운동 기간과 방법을 획기적으로 푸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간 정치신인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기득권 정치인’들의 무관심에 막혀 있던 사안들이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을 계기로 다시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제안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국민의 알 권리, 후보자의 알릴 권리 모두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현역 프리미엄’을 유지하려는 의원들에 의해 법 개정이 미뤄지거나 내용이 축소·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자 알릴 권리 확대 = 이번 선거법 개정 의견의 핵심은 말과 전화로 하는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방안이다. 선관위는 “높아진 국민의 정치의식과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선거법 취지를 살리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정치신인 등 비현역 인사들은 예비후보자 등록 전에는 기초적인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선거(선거일 240일 전), 지역구 국회의원(120일 전), 지역구 지방의원(90일 전) 등으로 돼 있는 엄격한 규정 탓에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들은 불만을 터뜨려왔다.

유권자가 선거운동 기간 중 옷이나 모자 등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밝힐 수 있고, 집이나 승용차에 선거 관련 표시물을 부착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향우회·종친회·동창회 등 지연, 혈연, 학연에 기초한 단체의 선거운동은 계속 제한하지만 노사모, 박사모와 같이 자발적으로 결성된 정치인 지지단체나 동호인 모임의 선거운동은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민 알 권리도 확대 = 개정 의견에는 선거운동 기간 직전에 이뤄져 온 후보자 등록을 선거일 전 40일부터 이틀 동안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후보자가 공직에 적합한지 따져볼 기간이 늘어남과 동시에 후보자들도 공약을 개발하고 선거 전략을 짤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개정 의견에는 언론기관이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을 비교 평가할 때 서열화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언론기관이나 단체 등의 과도한 선거 개입을 우려해 공약 평가를 할 때도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오히려 정책과 공약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만만찮게 제기된 바 있다. ‘깜깜이 선거’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선거일 전 6일간의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도 이틀로 줄이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도 다시 제안됐다.

◇선거운동 책임성 강화 = 선거운동을 풀어주는 대신 후보자들의 책임성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개정 의견에 담겼다. 선거공약 비용추계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18개월 전부터 비용추계 산정·지원 기구를 국회에 설치하고 의석을 가진 정당의 중앙당은 재정 규모가 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공약에 대해서는 비용추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비용추계를 요청한 공약을 발표할 때는 공약 발표 후 30일 내 의무적으로 비용추계액도 함께 발표하도록 강제할 방침이다.

선거일에 임박해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사전투표 등에서 다수의 무효표가 발생하는 등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후보자 등록 마감 후에는 사퇴를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당선 무효된 경우 보전받은 선거비용과 기탁금을 반환하도록 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개정 의견에는 이미 국회에 권고됐던 것도 많이 포함됐는데,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아 왔다”며 “선거운동 규제가 획기적으로 풀리면 현역 의원의 기득권이 줄어드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만만찮은 ‘저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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