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重病 악화, 정책·사람 확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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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성균관대 초빙교수 前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의 최근 일자리 대책을 보면서 경제정책의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과 전통시장 화재 감시원, 불 켜진 강의실 소등을 하는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산재보험 가입 확대 홍보 요원, 제로페이 홍보 요원 등 두 달짜리 시한부 일자리를 국가 예산으로 5만9000개 창출하겠다고 한다.

공공부문 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 창출 방안은 정책 수립자들의 양식과 양심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황당한 정책이다. 대학까지 소중하게 양성한 인재를 소모품 취급하고 젊은이들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하는, 참으로 잘못된 정책이다. 단기 체험형 인턴을 늘리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됨은 물론 정상적 취업자들의 일자리마저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황당한 정책은 또 이어진다. ‘유가 상승,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사업자·자영업자·서민 등의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15% 인하’하겠단다. 그렇게 영세사업자와 자영업자가 걱정되면 최저임금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급격히 올렸는가? 병 주고 약 주는 정책 아닌가. 서민을 돕는 것은 이미 있는 수많은 복지정책을 통해서이지, 유류세 인하는 올바른 정책 수단이 결코 아니다. 개발연대의 대표적 적폐정책인 유류세 인하를 ‘영혼 없는’ 관료들이 면피용으로 다시 등장시켰는데, 집권당과 청와대는 무엇인지도 모르고 수용했다.

현재 한국 경제를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면, 중병(重病)을 앓고 있는 중환자다. 병의 증상은 다양하고 각기 모두 심각하다. 성장 둔화, 분배 악화, 실업대란, 고용 참사, 투자 절벽, 경기 불황, 양극화, 물가 상승, 주력 산업의 붕괴, 노조의 횡포, 경상수지 악화, 주가 폭락, 기업 의욕 상실 등 성한 데가 없다.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눈물’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경제 사령탑인 경제 부총리는 최근 국정감사 답변에서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실력”이라고 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취임 이후 자신의 직을 걸고 반듯하게 추진해 정책이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어설픈 정책의 양산으로, 그리고 설익은 정책의 마구잡이식 추진으로 경제 주체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 왔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주류 경제학에서 입증된 이론들을 백안시하면서, 경제학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앞세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성장은 혁신에서 이뤄지는데 구조조정과 혁신은 하지 않고, 소득주도의 본질은 분배 중심인데도 성장 중심이라 우기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 수립자들은 우리 경제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적대시하고, 관련 통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려 하기보다는 유리한 수치만 언급하며, 심지어 관련 통계를 왜곡하려 하기까지 한다.

집권층으로서는, 우리가 선거에서 이겨 집권했으니 정책을 우리의 가치 판단에 따라 마음대로 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어느 좌파 집권세력이 오늘날 우리의 집권층 같은 시대착오적 가치 판단 아래 반(反)시장 정책, 반기업 정책을 펼친 적이 있는가? 좌파적 이념이 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데도, 표면적으로 그 이념을 당당히 내세우지 않고 숨기려고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사람과 정책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오기를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호의 선장들을 교체하고 새로운 정책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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