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오염·폭발사고 위험
복원조치 이행 강제 못해

토양 오염 복원조치나 위험물시설 철거도 없이 폐가처럼 전국에 방치된 폐업 주유소가 108개에 달하는 것으로 처음 조사됐다. 수익성 악화로 폐업 주유소가 늘고 있지만, 최대 2억 원대 후반에 달하는 정화비용 부담이 크자 그대로 버려지는 추세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에 의뢰해 2차에 걸쳐 실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폐업 주유소는 850개로, 이 중 108개가 토양 오염도 조사 및 위험물 용도폐지 없이 무방비로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경남 21개, 강원 16개, 전남 15개, 충북 13개, 경기 12개, 충남 9개, 전북 8개 등이다. 이들 시설물은 불법 행위 창구로 쓰이거나 저장탱크에 남은 유류 누출 또는 폭발사고 발생 가능성도 있어 정부 차원의 폐업 신고제도 보완, 처리 비용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주유소는 폐업하면 토양환경 보전법과 위험물 안전관리법에 따라 각각 위험물시설(지하저장시설, 주유기)이 미친 토양 오염도 조사와 용도폐지 신고를 해야 한다. 토양 오염 정화비용의 경우 7500만∼2억 원, 시설 철거비용은 7500만 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27개 주유소가 토양 오염도, 정기검사를 받지 않았고, 81개는 시설 용도폐지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방치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폐업 또는 폐업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으로 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관련 법에는 복원 조치인 토양 오염도 조사와 용도폐지 조치 이행을 강제할 수 없는 맹점을 안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가 폐업 신고 후 1년 이내 시설물 철거 및 토양 정화 등의 조치 의무화, 미이행 시 과태료 처분, 폐업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며 “주유소가 과포화 상태인 일본도 적정 주유소 유지를 위해 2003년부터 1000만 엔 안팎의 폐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