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소득 감소
자료 미비해 실태조사 필요”
정책기획委, 연구용역 내자
親與성향 문진영 교수 수주

“객관성 담보 하겠나” 우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저소득층 가구의 구성과 실태조사 용역을 발주해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서 소득 하위 1분위(20%) 가구의 소득이 감소한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청와대가 통계 재가공을 의뢰해 조작 논란이 있었던 가운데 대통령 직속 기구가 다시 조사에 나선 것이다. 해당 용역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 참여했던 학자가 맡았다.

26일 정책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가 ‘저소득층(소득 1분위) 가구의 구성과 실태 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해 문진영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팀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용역은 공개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고, 오는 12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위원회는 연구 용역 배경 및 목적으로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통계청)에서 소득 하위 1분위 가구만 월평균 소득이 감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 ‘저소득층 소득 감소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기인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나,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 자료가 미비’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에 대한 구체적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용역을 수주한 문 교수팀은 소득 하위 1분위 가구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구 구성, 소득 동향, 가구 구성별 소득 동향, 소득 원천별 동향 등이 조사 대상이고 소득 하위 10%와 10∼20% 구간을 나누어 소득을 산출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가계동향 조사에서 저소득층 소득 감소 결과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라는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밝혀 왔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통계청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에 재가공을 맡겼고, 저소득층 가운데 임금 노동자가 있는 가구는 소득이 올랐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정책기획위원회가 용역을 발주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면밀한 통계 자료를 얻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인사가 용역을 수행하면서 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문 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의 핵심 멤버였고, 문 대통령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확정되자 선거대책위원회 기본소득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가 당선되면서 현재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2012년에는 문 대통령 캠프 복지국가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