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무료 폰트 종합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홈페이지의 ‘공유마당(https://gongu.copyright.or.kr)’.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지난 2015년 인천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비상이 걸렸었다. 이들 학교 150곳에서 윤디자인그룹이 저작권을 가진 윤서체 폰트(컴퓨터 워드프로세서의 글자체)를 무단사용했다는 민원이 시 교육청에 제기됐고, 이후 학교별로 폰트 사용권 275만 원씩을 내고 구매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폰트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부족한 데 따른 일이었다. 시 교육청은 학교별 대응을 자제하게 하고 윤디자인그룹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고, 2년여의 소송 끝에 결국 시 교육청이 손해배상금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폰트의 무단사용은 나중에 대학가로도 비화했고, 라이선스를 구매하기에 부담이 되는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미지 크게보기 위원회에서 제작해 배포한 손글씨 폰트인 ‘KCC-은영체’와 ‘KCC-김훈체’. 한국저작권위원회 제공

이 사건 이후 경각심이 높아지는 듯 했지만, 여전히 폰트의 저작권과 관련된 분쟁은 크게 줄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폰트 관련 저작권 법률 상담현황을 보면, 2015년 2196건이던 상담은 2016년 2241건, 2017년 1926건, 2018년 7월 현재 1476건으로, 최근 4년간 무려 7839건에 달하는데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폰트 관련 저작권 분쟁이 줄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무료 폰트의 라이선스 등이 정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고, 이로 인해 국민이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무료폰트 121여 건을 수집, 그 라이선스 여부를 철저히 검토한 뒤 위원회의 홈페이지 ‘공유마당(https://gongu.copyright.or.kr)’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올 8월 완성된 공유마당의 ‘무료폰트 종합정보’는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무료 폰트 제공처라고 할 만하다. 이는 폰트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고 폰트를 이용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공유마당에서 제공되는 무료 폰트는 저작자 표시만 하면 사용이 가능한 ‘CC-BY’ 표식 라이선스를 제공해 저작권 문제에 관해 안심할 수 있다.

위원회는 2016년 공모받은 손글씨 3종 중 1종을 선정해 한글폰트로 제작해 배포했고, 지난해에는 국민 손글씨 폰트를 제작해 배포했다. 김훈 작가의 손글씨를 기증받아 배포했는데, 올 8월 기준으로 KCC-김훈체는 1만3567건, KCC-은영체는 1만8472건이 국민 사이에서 이용되고 있다. 위원회는 올 초 한글과컴퓨터와 업무협약을 체결, 김훈체 등 2종을 한컴오피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위원회는 올해도 국민 손글씨 선정회의를 통해 박경리 작가 손글씨를 폰트로 개발해 제공하는 등 국민 손글씨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박경리 작가의 폰트는 토지문학관과 협의를 통해 손글씨를 기증받았으며, 11월 말쯤 공유마당 등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요가 많지만 무료 폰트가 적어 애를 먹는 유아·어린이집용 폰트를 제작해 폰트 관련 분쟁이 많은 유치원, 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배포한다. 위원회는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고 저작권 나눔문화의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사례로 알아보는 창작자와 이용자를 위한 저작권안내서’를 제작해 이를 외부 기관 내에 배치하거나 각종 행사에서 직접 배포하고 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