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7월부터 책과 공연 관람료에 대한 소득공제가 도입됐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과정은 더 편리하고, 대상은 더 확대해 실질적인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은 한 시내 대형서점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는 독자들. 자료사진

책 전용 단말기 없는 곳 많아
작은 북카페 “죄송하지만…”

잡지·신문은 대상에서 제외돼
인터넷서점 따로따로 결제불편

최대 100만원까지 공제율 30%
서점 40%가 미등록 ‘사각지대’

50대 직장인 김 씨는 최근 평소 가보고 싶었던 서울의 작은 북카페에 들렀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책들을 살펴보고, 가을에 읽을 에세이 두 권을 골랐다. 북카페에서 오랜만에 한가로운 휴식 시간을 보낸 김 씨는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 책 소득공제를 부탁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책과 공연 관람료에 대한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카페의 점원은 미안하다며 소득공제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아직 도서용 카드 단말기를 구비해 놓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책과 함께 차와 간단한 문구 및 팬시용품까지 파는 북카페의 경우 도서용 카드 단말기와 일반용 단말기를 따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카페 주인은 최근 들어 책 소득공제에 대한 요구가 많아 도서용 카드 단말기 비치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최 씨는 인터넷 서점에서 신간 한 권과 잡지 한 권을 샀다. 결제를 누르자, 소득공제를 위해서는 두 번 결제가 필요하다는 창이 떴다. 책 따로, 잡지 따로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책과 공연 관람료 소득공제 대상에 잡지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이 정도 수고는 해야지”라며 결제를 두 번 했지만, 온라인에서 결제해 본 사람들은 안다. 작지만 꽤 불편한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는 갑자기 자신이 받는 소득공제 액수가 궁금해져 찾아봤다. 총 급여가 4000만 원이고, 신용카드 사용액이 1000만 원 이상인 근로자가 책을 사고 공연을 보는 데 200만 원을 썼을 때 받는 세금 감면액은 9만 원 정도였다. 소득공제 최대 한도액인 100만 원을 채우려면 무려 333만 원, 한 달에 30만 원 정도를 써야 한다. 한 달에 책을 20∼30권은 사야 한다는 말이다. 공제액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번거로운 두 번의 과정이 귀찮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런 의문도 생겼다. 왜 잡지는 공제가 안 되지? 요즘 몇몇 잡지는 과월호도 사라지지 않고, 한 권의 독립된 책처럼 팔리는데 말이다.

연말 소득공제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7월 1일부터 새롭게 도입된 책과 공연 관람료, 즉 문화비의 소득공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출판계와 서점계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끈질긴 노력 끝에 어렵게 도서·공연 소득공제를 도입시킨 것은 큰 성과로 반가운 일이지만, 앞으로 보완을 통해 과정은 좀 더 편하게, 대상은 더 확대하고 실질적인 혜택은 더 많이 돌아가게 해,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고, 공연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해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1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의 독서율은 59.9%로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공연 쪽의 불황도 심각해 지난해 공연 횟수는 17만4191회로 그 전해에 비해 8.8%, 관객은 3063만 명으로 20.1%나 하락했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 7월 문화비 소득공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등으로 도서 구입 및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의 경우 최대 100만 원까지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2018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시 시행일부터 도서·공연비에 대해 적용되며, 공제율은 30%다. 도서의 경우 종이책, 전자책, 외국 발행 간행물, 중고책(재판매 목적이 아닌 독서나 학습 등의 목적으로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됐던 간행물로 판매자에 의해 다시 판매되는 도서) 등이 포함된다. 장난감이 포함된 어린이용 책처럼 부속물이 결합된 상품은 기본적으로 공제 대상이 아니지만, 이 같은 결합상품에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부착돼 있으면 소득공제가 된다. 도서를 구입할 때 배송료가 함께 청구되는 만큼 도서 구입에 수반되는 배송료도 공제 대상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홍대 소극장의 공연 모습. 영세 극장·공연장은 상대적으로 소득공제에 대한 관심이 낮다. 자료사진

이에 따라 도서의 경우 7월 이후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 소형서점 등이 사업자로 등록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빈 곳, 소득공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도서·공연비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사업자가 한국문화정보원에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공사업자로 신청해 등록하고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체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도서 관련 사업자 등록률은 10월 16일 기준으로 63.3%로 전체 대상 2500여 곳 중 1582곳이 등록돼 있다. 3개월여 동안 전국 서점을 상대로 홍보작업을 벌여 등록률을 크게 높였으나 여전히 40% 가까운 서점이 등록돼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최근 점점 늘어나고 있는 작은 북카페의 경우 도서용 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커피 등을 계산하는 단말기와 도서용 단말기를 각각 비치해야 하는데, 영세한 북카페 주인으로서는 부담스럽고 실질적인 이익도 별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카페뿐 아니라 요즘 책만 파는 곳보다는 여러 물건을 함께 파는 복합매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책과 다른 물건을 함께 살 경우, 두 번 결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무엇보다 소득공제 액수가 너무 작다. 잡지와 신문 등이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한편에서는 임대소득자로 등록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참고해 모든 도서 및 공연 관련 사업자들이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공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거나 의무적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요즘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결제가 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체부는 통신사 등과 협의 중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휴대전화 결제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문이나 잡지가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불만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대상이 되는 도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저자, 발행인, 발행일, 출판사, ISBN이 기록된 ‘간행물’로 정하고 있어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잡지 등은 제외된 상태다. 또 공제 대상이 총 급여 7000만 원 이하의 근로소득자로 소득공제가 근로소득자에게만 적용돼 자영업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은 “도서 소득공제가 어렵게 도입한 제도인 만큼 계속적인 보완과 확대를 통해 실제로 사람들이 더 많은 책을 읽는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