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7년 3월 북한이 공개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재판 직전 모습(위 사진). 북한에 억류되기 전 찍은 웜비어의 정상 치아 사진(아래 사진 왼쪽)과 사망 후 아랫니가 변형된 두개골 사진(아래 사진 오른쪽). 미국의소리(VOA) 캡처

北 방문 전후 엑스레이 비교
아랫니 2개가 혀 쪽으로 밀려
식중독 아닌 폭력·고문 추정

“南北·美北 잇단 정상회담 뒤
성명에 北인권 언급없어 우려”
유엔인권보고관, 회견서 지적

북한을 방문했다 2017년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인이 식중독이라는 북한 주장과 달리 치아에 물리력이 가해졌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출됐다.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이 정치적 진전에도 북한 인권 상황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지적하고 유럽의회가 북한을 최악의 종교자유 침해국으로 지목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4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치과의사로 활동하는 타드 윌리엄스 박사는 지난 10일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웜비어 부검 당시 스캔 촬영본을 확인한 결과 24번, 25번 치아가 치조골 중심에 자리하지 않았다”며 “치아에 물리력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웜비어를 진료한 그는 과거의 엑스레이 사진도 첨부했다. 사진을 비교해 보면 과거에는 치아들이 정상 위치에 있었지만 사후 사진에서는 두 개 치아가 입 안쪽, 즉 치아가 있어야 할 위치에서 뒤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윌리엄스 박사는 “웜비어를 마지막으로 진료한 2015년 5월 이후 어떤 ‘힘(force)’이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기술했다. 북한에 의한 물리적 구타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11∼2013년 웜비어의 치과 주치의였던 머레이 도크 박사 역시 부검 당시 사진을 비교한 결과 아래쪽 4개 치아의 위치가 북한 방문을 전후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는 소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24번, 25번 치아가 혀 쪽으로 밀린 채 자리하거나 입 안쪽을 향해 움직였다며 이런 변화는 어떤 ‘충격(impact)’에 의해 발생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두 주치의의 소견 내용은 웜비어가 식중독의 일종인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됐고 이후 수면제 복용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북한 측 해명과 달리 폭력이나 고문에 노출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 4월 북한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웜비어가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데 우려한다”며 “안보, 평화 등에 관한 진전에도 현재 북한 인권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 수감시설에서 학대가 자행되고 있고 정치범 수용소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의회 내 초당파 의원단체 ‘종교, 신앙의 자유와 종교적 관용’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세계에서 종교 자유가 가장 극심하게 침해되는 11개국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