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차인홍 미국 라이트 주립대 음악과 교수가 1975년 일본 오이타현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경기대회에서 휠체어 장애물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 차인홍 교수 제공

‘인생 전환기’ 日생활 1년

장애인대회 한국대표로 金… 자신감 얻어

차인홍 미국 라이트 주립대 음악과 교수는 음악을 시작한 이후 잠시 (음악을) 놓은 기간이 있다. 음악으로 생활을 영위할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없던 16세의 나이에 기술을 배우기 위해 택했던 1년간의 일본 생활 기간이다. 음악가에게 1년이라는 세월은 엄청난 손해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차 교수는 1년간 일본 생활이 인생의 분기점 중 하나였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가난한 집 막내, 장애인이라는 벽에 힘들어하던 차 교수가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었던 시기였다.

차 교수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문화적 혜택도 못 누리던 16세 청년이 1974년 선진국이던 일본에서 받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제가 머물렀던 오이타(大分)현 벳푸(別府)는 시골이었는데도 그곳에서 본 각종 시설과 장애인의 삶은 충격이었다”며 “휠체어도 저는 그때 처음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차 교수의 눈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자동차 운전을 하는 모습, 비장애인 여성들과 데이트를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은 충격 이상이었다.

재활원 흙밭에서 놀던 차 교수에게 장애인을 위해 갖춰진 정규 사이즈의 체육관과 수영장도 놀라움이었다. 바이올린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못 하던 때여서 차 교수는 일을 마친 뒤에 농구 등 운동에 열중했다.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던 모습을 본 일본 체육계 관계자가 일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장애인 대회가 열리는데 한국대표로 출전해보라는 권유를 했다.

일본 체육계 관계자들이 한국 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 허락을 대신해 받아주고 운동화와 체육복을 구해줬다. 일하던 태양의집에서도 차 교수가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에 운동 연습을 하도록 해줬다. 차 교수의 노력과 일본 체육계, 태양의집 도움에 1975년 오이타현에서 열린 제1회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차 교수는 이 대회에서 휠체어 장애물 경기 금메달, 800m 달리기 은메달, 소프트볼 던지기 동메달을 차지했다. 차 교수는 “일본에서 운동할 때 칭찬을 많이 들으면서 위축감 속에서 살던 제가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게 됐다”며 “1년간 바이올린을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삶에서 잠깐의 방황은 큰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차 교수가 당시 휠체어 장애물 경기 금메달을 따면서 얻은 기술이 녹슬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는데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이동하던 중 층계 높이 정도의 턱을 만났음에도 차 교수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휠체어로 넘어갔다. 차 교수는 5년 전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장애인 경기대회 휠체어 장애물 경기에 출전해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