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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한 시어스그룹 소속 매장
마지막 안내방송 페북서 화제

“오늘은 40센트 치마나 5센트 팬티 세일 소식을 알려드리기보다 평생 기억될 성원을 그동안 보내주신 것에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126년 역사의 미국 유통계 공룡 시어스 산하 K마트의 매니저가 전한 폐점 안내방송이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22일 미국 CNBC, 야후뉴스 등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맥머리의 K마트 매니저인 조슈아 잉글러트(34·사진)는 마지막 영업일이던 지난 15일 폐점을 앞두고 마이크를 잡았다. 평소 문 닫기 직전 ‘클로징 세일’을 공지하던 잉글러트는 “그동안 K마트를 제2의 집처럼 여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며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16세 때 입사해 18년간 일해온 저는 여기서 만난 여러분 덕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방송을 이어갔다. 잉글러트는 “그동안 열악해지는 유통환경을 함께 헤쳐나갔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3개밖에 입고되지 않은 플레이스테이션을 위해 고객들이 긴 줄을 늘어서기도 했다”며 K마트 생활을 회상했다. 그는 “고객들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우리 직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면서 “앞으로 5분 뒤인 4시 45분에 K마트는 문을 닫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방송을 마쳤다. 1분 20초의 폐점 방송이 끝나자 매장 곳곳에선 아쉬운 탄성과 함께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동영상으로 잉글러트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된 안내방송은 미국 언론매체에 소개되면서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동네에 있었던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업체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어스백화점과 K마트의 모기업인 시어스홀딩스는 올해 내 142개 백화점 및 K마트 매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오랜 기간 미국 유통의 일인자로 군림했지만 1990년대 박리다매 정책을 밀어붙이던 월마트와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2000년대에는 아마존 등 온라인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도태됐다. 하지만 시어스 몰락의 ‘원흉’으로 꼽히는 에드워드 램퍼트 회장은 알짜 자산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램퍼트 회장은 시어스백화점이 소유한 부동산 중 일부를 별도로 설립한 회사로 넘겨 이들 자산을 바탕으로 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어스홀딩스는 램퍼트 회장이 창업한 헤지펀드 ESL인베스트먼트로부터 3억 달러(약 3400억 원)의 파산대출을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