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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정치학

과거와 달리 대통령 贊反 부각
정치 양극화에 세대 갈등 중첩
미국 우선주의 갈등 더 커질 것

트럼프 國政 틀 유지되겠지만
대외 정책보다 대내 정책 치중
北 변화 있어야 협상動力 유지

2018년 미국 중간선거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11·6 선거는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되는 까닭에 중간선거로 일컬어진다. 통상 중간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며, 국정(國政)에 만족하는 유권자들보다 실망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집권당의 패배로 이어진다. 이러한 예측은 이번 선거에도 이어져 현재까지 여론조사 기관의 판세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의 하원 탈환이 확실시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상원에서의 약진 역시 점쳐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볼 때 이번 미국의 중간선거는 몇 가지 특징적인 모습을 보인다.

첫째,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통령 중심의 캠페인이 부각되고 있다. 중간선거는 대선과 달리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통상 전국적인 이슈보다는 지역의 이슈를 중심으로 한 후보들 간의 각축전이 돼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예비선거에서 본선거에 이르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과 반감이 선거의 판세를 지배하는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압도적인 영향력 아래 공화당의 지도부가 별다른 제어 없이 따라가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과거 어떤 선거에 비해서도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중간선거의 경우 대통령과 집권당의 국정 운영에서의 공과(功過)가 주요한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게 마련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세금정책, 이민정책, 외국과의 무역정책 등 다양한 현안이 있었고,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엇갈린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는 개개의 이슈들보다는 트럼프에 대한 평가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1990년대 이후 계속 강화돼온 미국 정당정치의 양극화 모습이 세대균열이라는 새로운 균열과 중첩돼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贊反)은 극명한 당파적 차이를 보이는 동시에 세대 간 균열의 모습도 두드러지고 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50세 이상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의 유권자층에서는 절반에 이른 반면, 젊은 유권자층에서는 30%에도 못 미친다. 특히, 젊은 유권자층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은 정당에 대한 지지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는 바 이들에게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호도 차이는 27%포인트로 벌어졌다.

결국, 현재까지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주도적인 영향력 아래 2016년의 선거 캠페인 전략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서 답습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치에는 어떠한 변화들이 나타날 것인가?

우선,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되지 않는 한 트럼프의 국정 운영은 선거 이후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빙의 승부를 보이는 상원과 하원에서의 민주당 승리로 요약되는 현재까지의 판세로 비춰볼 때,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타협보다는 대결 그리고 책임 전가에 능한 트럼프의 국정 운영 스타일로 볼 때 그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변화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그런데도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고 있는 트럼프의 국정 운영을 둘러싸고 정치적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다. 특히, 공화당 내부의 분열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트럼프의 강한 반자유주의 무역정책 성향과 연방정부 축소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에 큰 불만을 품고 있는 공화당 내부의 경제적 보수주의자들에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는 크게 목소리를 높일 개연성을 키운다. 다만, 거의 광신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큰 정책적인 실패가 가시화할 경우에만 그러한 각축이 의미를 가질 것이다.

끝으로,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북한 비핵화 이슈의 중요성은 약화할 가능성이 짙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는 선거 이후 트럼프가 대외정책에서 국내적 파급력이 큰 현안에 우선순위를 둬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목표로 하는 한국으로선 어떻게 북핵 문제의 동력(動力)을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관심사다. 이를 위해선 북한의 가시적인 변화를 통한 트럼프 설득 외에 묘안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