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안서 300㎞ 떨어진 加영해
연구 목적…美해군 감시 의혹도

중국이 미국 핵잠수함 기지 인근의 캐나다 영해에 수중 감시카메라 4대를 설치했다. 해양생태계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과학탐사 목적의 장비지만 언제든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해 중국이 미국 해군을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원 산하 싼야(三亞) 심해과학공정연구소는 지난 6월 27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 대학이 관할하고 있는 캐나다 영해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싼야연구소는 “해양환경 연구 목적으로 설치했으며 앞으로 해양 환경을 더 잘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집되는 데이터는 캐나다의 오션네트워크캐나다 연구소(ONC)와 중국 하이난(海南)성의 연구소 본부로 전송된다. 캐나다 외교부는 시설 설치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가 설치된 지역에서 미국의 핵잠수함 기지를 관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해안에서 300㎞밖에 떨어지지 않아 미국의 핵잠수함 등 군함의 이동경로를 중국이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애틀에는 두 개의 전략 핵무기 시설이 있고, 키트샙 미국 해군기지가 있다. 키트샙 해군기지는 미국 핵잠수함들의 모항이며, 미국 서부에서는 유일하게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쪽에 시애틀, 북쪽에 밴쿠버를 끼고 있는 이 지역은 전 세계에서 해상 물동량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비군사 전문가들에게도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략적인 수로 인근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중국과 캐나다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캐나다가 중국에 카메라 설치를 허가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장비의 설치시기를 봤을 때 미국이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추측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는 미국산 제품 128억 달러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겼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는 “할 말이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고 SCMP는 전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