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한 내용들 낱낱이…”
수위따라 국제정세 요동칠 듯
유럽 “사우디 의혹 여전”압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오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자말 카슈끄지 살해 의혹에 대한 진실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터키정부는 카슈끄지 살해의 전 과정이 기록된 녹취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개되는 수위에 따라 국제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터키 일간 밀리예트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행사에서 23일 소속 ‘정의개발당(AKP)’ 의원 총회에서 진실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일반적인 조치에 그치지 않고 정의를 찾고 있다”며 “적나라한 진실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는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당국자들과 몸싸움 중 우발적으로 숨졌다고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과 긴밀히 연관돼 있지 않다”라면서 왕세자를 보호했다.

유럽 국가들은 진실 공개를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은 공동성명을 통해 “사건 당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직 남아있는 의혹들을 하루속히 풀어야만 한다”며 “사우디의 조사결과 발표는 여전히 의혹만을 가중시켰고 신뢰할 만한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에게 “사우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으며 이번 살인에 그 무엇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전면 금지하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브루노 르 마이레 프랑스 재무장관도 “사우디가 모든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감수할 때에만 다음 단계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서는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밥 코커(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면 그는 이미 선을 넘은 것”이라며 “처벌과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랜드 폴(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제재만으론 충분치 않고 왕세자가 교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당국의 수사 결과에는 속임수도 있고, 거짓말도 있지만 일단 발표 자체는 큰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