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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 방제 등 논의
장비 반입 땐 제재위반 소지

이달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
유엔사와 합의 안돼 불투명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철저히 유지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미·북 2차 정상회담도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남북 교류·협력 일정에도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남북이 이달 중 추진키로 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와 22일 진행된 남북 산림 협력 회담 역시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으로 기대했던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북은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 회담을 열어 소나무 재선충 공동방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남북은 이날 회담에서 지난 15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소나무 재선충 방제와 양묘장 현대화 방안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산림협력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제재 대상 품목을 감안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대규모 기계·장비 등 물자가 반입될 수밖에 없어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이달 말 추진키로 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아직 유엔군사령부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추진이 불투명하다. 지난 8월 유엔사가 우리 측 인원의 통행계획을 불허해 공동조사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유엔사는 정부가 48시간 전 통행계획을 신청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공동조사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5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이달 중 공동조사를 재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서 드러났듯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 기조에 변함이 없으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오히려 제재 고삐를 더 조여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사가 기존의 불허 결정을 뒤집을지 미지수다.

착공 전 단계인 공동조사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가 11월 말 또는 12월 초 계획을 밝힌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착공식’ 전망은 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남북 철도·도로 사업의 유엔 대북 제재 면제를 신청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제재위원회가 이를 승인해 줄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