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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배치·인사권 등
국회서 논의 없이 ‘하세월’

자치분권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국회에서도 있었다. 지방의원과 단체장을 역임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논의의 장을 연 것. 하지만 지금까지 의원 발의된 13개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채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7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을 시작으로 올해 9월까지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인사권 독립을 보장하는 등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 13개가 발의돼 있다. 국회의원들도 자치분권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방자치를 경험했던 의원들이 적극적이다. 2016년 12월 포항시 의원과 경북도의원을 역임했던 강석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지방의회 소속 직원들의 인사권을 지방의회 의장이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강 의원의 개정안은 지방의회 의장이 전문위원 및 사무직원을 지휘·감독하고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 인사권을 단체장이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발생하는 의회 독립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다.

경남도의원과 울산 남구청장을 역임했던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도 올해 9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단체장이 지방 공기업 수장을 임명할 때 의회의 인사청문회를 반드시 거치도록 명문화했다. 지방의회의 단체장 임면권 견제와 권한 강화를 위한 것이다. 이렇듯 좋은 취지의 법안들이지만 본회의 통과는커녕 상임위 상정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가시화된 자치분권 움직임에 발맞춰 국회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현재 행안위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지방의회의 대표 격인 서울시의회는 지방자치법 개정안들이 국회에서 심의·의결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시의원들은 지난 18일 국회 행안위의 서울시 국정감사 현장에서 자치분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국회의원들에게 계류 중인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건의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진다면 자치분권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