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 지지층 결집에 활용
병력동원 싸고 백악관 갈등
볼턴-켈리 욕설섞인 말다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온두라스의 이민자 행렬(캐러밴)에 대해 남부 국경 지대로 병력을 동원해 차단할 수 있다며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문제를 중간선거와 연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가 이 같은 행렬을 중단시킬 수 없다면 미군을 소집해 남쪽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시작된 온두라스 이민자 행렬은 4000명 규모로 아직까지는 과테말라에 머물고 있으나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두라스 이민자 문제를 중간선거와 연계해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민자가 국경으로 몰려드는 상황을 “공화당을 위한 중간선거 이슈”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 또한 온두라스 이민자 문제가 중간선거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스뉴스는 “11월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이민자 수용을 반대하는 유권자는 공화당에, 찬성하는 유권자는 민주당에 표를 던져야 한다”고 18일 전했다.

백악관 내에서는 온두라스 이민자 대응에 있어 병력동원 방안을 두고 갈등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백악관에서 이민자 문제를 두고 비속어까지 사용하며 격하게 다퉜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CNN은 “두 사람의 고성에 웨스트윙에 있던 여러 직원이 깜짝 놀랐다”며 “두 사람의 고조된 목소리는 분명 트럼프 행정부의 열띤 논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백악관 관계자는 “감정은 누그러졌고, 켈리 실장은 떠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CNN은 전했다.

멕시코는 미국이 온두라스 이민자 문제를 두고 자국과의 국경 통제까지 언급하자 유엔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날 밀레니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민자들의 난민 지위 신청과 입국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은 국경 지역 주요 검문소에 전투경찰을 대거 배치시켜 무단 월경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