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유엔 北 대표부 서기관
총회서 공개 주장 뒤늦게 확인

‘종전선언, 아무런 영향없다’는
文대통령 수차례 단언과 배치

북한이 지난 12일 유엔총회 제6위원회에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는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이 유엔사 지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수차례 단언했지만, 북한이 유엔에서 유엔사 해체 주장을 또다시 제기하면서 막상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북한이 유엔사 해체 논리를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전선언은 유엔사의 존립 근거인 정전협정 체제의 종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인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12일 열린 유엔총회 제6위원회(법률 부문)에서 “긴장 완화와 평화를 향한 한반도 상황전개에 근거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유엔사는 해체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19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김 서기관은 “한국의 유엔사는 괴물과 같은(monster-like) 조직으로, ‘유엔’이라는 이름을 잘못 사용해 유엔 헌장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서기관은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9월 2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사는 북남 사이의 판문점 선언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인다”며 “미국의 지휘에 복종하는 연합군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은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견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유엔사 지위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한다는 견해도 있다”며 “이런 개념 차이 때문에 종전선언 시기가 엇갈린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