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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세계사 여덟번의 혁명 / 펠리페 페르난데스 아르메스토 지음, 유나영 옮김 / 소와당

감자는 밀, 쌀, 옥수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식물이다. 볏과 식물을 제외한 뿌리 작물 중에선 단연 최고다. 감자는 어떻게 다른 뿌리 작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인류의 최종 선택을 받게 됐을까.

예로부터 감자와 경쟁하던 뿌리 작물에는 토란, 카사바 등이 있었다. 토란은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 카사바는 남미 지역에서 주로 재배됐다. 뿌리 식물은 품종 개량과 대량 생산이 쉬워 초기 인류 생존에 있어 중요한 식재료였다.

그러나 현재 토란과 카사바의 지위는 감자에 비교되지 않는다. 토란은 1년에 한 차례 추석 명절의 음식상에 오르는 게 전부고, 카사바는 남미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페루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감자는 멀리 유럽까지 전파돼 인류의 주식이 됐다. 질긴 생육력과 영양가로 농업혁명을 초래하면서 인류의 역사를 한 단계 앞으로 진보시킨 것이다.

책은 바로 이런 음식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음식사를 학술적 연구 대상에서 소외시켰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가장 중요한 주제로 부각시켰다.

저자는 음식사를 크게 8번의 혁명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날것을 익혀 먹는 조리의 혁명이다. 지금도 생식하는 습관이 일부 남아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불에 굽거나 땅속에 묻거나, 공기 중에 말리는 조리 행위가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두 번째 혁명은 음식의 의례화다. 굶주림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먹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콜럼버스 탐험대가 발견했던 카리브인들의 식인 풍습은 단순히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먹는 자와 먹히는 자 사이의 의례화, 먹는 사람의 내적 변화 등과 관련이 있다. 세 번째 혁명은 사육이다. 수렵, 채취 생활을 하던 인류는 동물을 기르고 안정적으로 단백질을 확보하면서 더 큰 변화를 겪었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최초로 사육한 동물은 달팽이였다는 점이다. 달팽이는 커다란 포유류보다 다루기가 편했다. 대량 사육할 수 있고, 완전식품에 가까웠다.

그리고 네 번째 농업혁명을 거쳐 다섯 번째 혁명은 계층화다. 프랑스 궁정의 고급 요리를 뜻하는 ‘오트 퀴진(haute cuisine)’이 일반화된 게 17세기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오트 퀴진은 루이 14세 때 발간된 궁중요리 책을 통해 부르주아 가정에 널리 퍼졌다.

이후 음식은 동서양의 무역, 생태교환, 산업화 혁명을 거치며 다양하고 풍부한 현대인의 식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풍요가 자칫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는 지구의 너무 많은 부분을 음식으로 바꿨다”면서 “산업주의의 과잉은 되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500쪽, 2만8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