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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광들 / 옥타브 위잔 지음,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1895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옥타브 위잔의 소설집이다. 저명한 애서광이자 저술가인 위잔은 당시 미래화가로 유명한 알베르 로비다의 그림을 섞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빠져들 만한 이야기 11편을 엮었다. 인터넷과 전자책, SNS 등 어느 때보다도 텍스트가 넘쳐나는 지금도 종이책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19세기 말에 책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도 귀했을 것이다. 책을 소유하려는 자, 책을 사랑하는 자, 책을 욕망하는 자들의 이야기가 SF와 호러, 유머 등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책은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하고(‘뮤즈연감, 1789년’), 집착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시지스몽의 유산’), 욕망을 채워주기도 하고(‘케르아니 기사의 지옥’), 역사를 증언하기도 한다(‘나폴레옹 1세의 수첩’). 집착과 허무를 끊임없이 오가는 수집가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따라서 상당히 가까운 시일 내에 문인이 ‘글을 쓰는 작가’로 불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내레이터로 불릴 겁니다”라는 대사가 나오는 ‘책의 종말’에서는 팟캐스트 시대를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 로비다의 품격있는 그림들이 책을 한층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412쪽, 1만58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