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리덴!(안녕하세요)”이라는 인사를 보내자 무뚝뚝한 사람들의 표정 사이로 언뜻 수줍은 눈빛이 보인다. 35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오스트리아, 독일, 구소련 지배의 역사 속에서도 순수 혈통을 지켜왔다는 자부심과 사회주의 성향이 아직 남아있는 탓에 체코 사람들은 낯선 이를 경계하고 잘 웃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속정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는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인 체코 체스키크룸로프를 소개한다.

할아버지 배우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체스키크룸로프는 체스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체스키는 ‘체코의’ 혹은 ‘체코사람의’라는 뜻으로 정확한 지명이 아니다. 프라하 성을 제외하고 2번째로 큰 성인 체스키크룸로프는 15~16세기 영주 사람들이 살았던 중세 시대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프라하 시내에서 출발해 2시간 정도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졸기도 하는 동안 중세의 도시에 도착했고 코끝으로 가볍고 청량한 가을의 바람을 깊게 들이쉬는 순간 푸르게 사방을 둘러싼 숲 사이로 붉은 지붕의 향연이 펼쳐졌다. 둥글게 블타바 강의 상류가 굽이치며 도시 전체를 감싸 흐르는 모습은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나 흡사 동화 속 마을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적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곳이었던 높은 망루 ‘흐라테크’는 지금은 도시 전체를 관망하는 전망대로 쓰이고 있다. 긁어서 그린 스그라피토 기법으로 벽에 입체감을 준 양식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장미문양은 로젠베르크 가문의 통치 당시를 짐작하게 한다. 화가 에곤 실레의 흔적이 담긴 박물관은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곳이며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아기자기한 비밀 정원 속 야외 회전 극장에서는 한여름 밤에만 펼쳐지는 연극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필스너는 원래 유명하지만 미국 맥주로 알고 있던 버드와이저의 본고장이 사실 체코였다는 것 또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맥주의 생명은 신선함으로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부드바르(Budweiser·버드와이저) 블랙을 마셔보는 것도 잊지 말자. 마치 시원하게 뽑아낸 한 잔의 카푸치노 같은 이 맛은 꿈 같은 중세의 낭만 체스키크룸로프와 닮았다.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