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승차 공유 서비스의 무덤으로 불린다. 원조 기업인 우버가 국내 진출 2년 만에 쫓겨난 뒤에도 모호한 법 체계와 기존 운송업계의 텃세로 새로운 서비스가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택시 노사 4개 단체가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운행 중단에 나선 것이 바로 국내 현주소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에 나서자 “승객을 뺏어간다”며 반발하고 있다.

모빌리티(이동)에 주목하는 신(新)산업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차를 나눠 타는 건 기본이고,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스쿠터·자전거까지 사람 이동 경로를 좇아 빈틈없이 연결하는 서비스가 열리고 있다. 차량 공유업체는 물론, IT업체·통신사·자동차 제조사까지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우버의 기업 가치 1200억 달러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를 합친 것보다 많다. 향후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승차 공유라는 초기 단계부터 발이 묶여 있다. 기존 법규에 막힌 카풀시장 1위 ‘풀러스’는 직원 70%를 감원했고, 차차의 렌터카와 대리기사를 결합한 서비스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 중단을 통보 받았다. 카풀 업체 럭시에 50억 원을 투자한 현대자동차는 업계 압박에 6개월 만에 거둬들인 뒤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출퇴근 시간대에 택시 잡느라 곤욕을 치르는 교통 소비자 입장에서 카풀 서비스는 반길 일이다. 대기 오염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택시업계가 기득권을 지키려 안간힘을 써도 교통 신산업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자율주행 택시와 드론 택시까지 예고된 시대에 과거 사업 방식을 고집해선 시장의 외면으로 도태되고 만다. 모빌리티 시대에 올라타 더 큰 기회를 창출하는 것만이 기존 업계의 생존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달 전 ‘붉은 깃발’을 언급했다. 자동차가 등장한 19세기 말 영국이 마차 속도에 맞추도록 규제했다가 독일 등에 밀린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지금은 새 교통혁명을 막는 ‘21세기 붉은 깃발’을 걷어내야 하는데, 결단해야 할 국토부는 이해 당사자의 합의를 종용하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 대통령의 신산업 규제 폐지 메시지를 일선 부처가 묵살하는 건 심각하다. 중국만 해도 택시기사들의 반발에도 ‘무규제’ 원칙을 적용한다. 승차 공유 생태계를 키우지 않으면 국내 시장을 글로벌 선발 업체에 내주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