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직권남용 의혹’ 전면 부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8일 오전 또 검찰에 출석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지난 15일 첫 조사를 받은 이후 이번 주에만 세 번째 소환 조사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오는 20일 한 차례 더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주 내로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이날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지연과 전교조 법외노조화 소송 관여 등 ‘재판 개입’ 핵심 의혹 사안을 집중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은 “업무 협조 차원에 불과하다”라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부당한 지시 사항이 보고서 등에 남아 있다 하더라도 지위·신분의 남용일 뿐 직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 대한 개입은 법원행정처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아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검찰은 지난 16일에는 임 전 차장에게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전용 의혹과 관련해 예산 배정 경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부적정한 예산 집행으로 회계처리상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법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그 용도 내에서 사용한 것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며 국고손실 횡령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주 4회 소환조사라는 강행군을 펼치는 이유는 ‘사법 농단’ 수사의 성패와 속도 모두 임 전 차장의 ‘입’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아울러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법무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내 마무리’라고 시한을 언급하는 등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검찰 안팎의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의 벽에 부딪힌다면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쉐라톤서울팔레스강남호텔에서 열린 한국법률가대회에 참석해 “지금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고, 지난 시절의 재판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하여 국민이 매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법원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