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6일 서울 고려대 산학관 ‘LG소셜캠퍼스 교육장’에서 사회 경제적 기업 ‘트레셋’ 멤버들이 한국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전해진 ‘한국 호랑이’를 본뜬 ‘테오얀센 메커니즘’ 로봇(가운데)을 점검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근력 증강형 착용로봇 ‘엑소 스켈레톤’(맨 뒤)과 두 바퀴로 중심을 잡는 ‘밸런스 로봇’(맨 앞)이 서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5) LG, 사회적 경제기업 지원

LG소셜캠퍼스 공간 무상 대여
23개 신생기업 입주 판로 개척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하며 협업

다양한 로봇 제작업체 ‘트레셋’
LG 지원 받으며 공신력 높아져

해외 우수 사회적 기업에 연수
매달 각 기업 우수사례도 공유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마음 둘 곳 없는 이른바 ‘무중력’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아우르는 제작 기술을 교육해 왔어요. 그런데 이들 청소년이 2년 사이에 큰 변화의 모습을 보여 줘 흐뭇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고려대 산학관 ‘LG소셜캠퍼스 교육장’에서 만난 송용남 트레셋 감독(테크니컬 아티스트)은 흥분된 표정으로 최근에 겪은 일화를 이처럼 소개했다.

송 감독은 “아이들이 어느 순간 정보기술(IT) 개발자가 되겠다고 하더니, 지난주에는 어렵게 모은 돈으로 중국 선전(深)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CT 창작 페스티벌 ‘메이커 페어’에 자체 제작한 작품을 들고 직접 참가까지 했더라”면서 활짝 웃었다. 청소년이 문화와 미래 기술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사회적 미션을 내걸고 법인 설립 2년 차에 접어든 트레셋에는 의미 있는 ‘이정표’다.

트레셋의 핵심 역량은 로봇 제작 분야다. 로봇만큼 청소년이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교육장에 ‘실전’ 배치된 자체 제작 로봇들을 마치 친구를 호명하듯 하나하나 소개했다. 눈에 띄는 로봇은 주로 산업군에서 활용해 온 근력 증강형 착용 로봇을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제작한 ‘엑소 스켈레톤’이다. 사람이 해당 로봇을 착용하고 일어나면 세로 길이만 2.5m에 이르는 거구가 된다. 엑소 스켈레톤을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제작한 시도는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다.

동물의 발 움직임을 극대화한 ‘테오얀센 메커니즘’을 로봇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주(Zoo)’로봇도 눈길을 잡는다. 긴 목 위에 달려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는 한국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 호랑이’ 얼굴이 떠 있다. 서울대공원의 제안을 받고 야생 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옆에는 두 바퀴로 중심을 잡고 움직이는 ‘밸런스 로봇’과 동그란 구체 로봇인 ‘스페리컬 로봇’도 자리 잡고 있었다.

송 감독은 “내년에는 더욱 진화된 모습의 로봇들을 선보여 국내 최초의 로봇 퍼레이드 행사도 개최하고 싶다”면서 “강남 등 특수 지역의 고비용 사교육 시장 위주로 형성된 미래 기술 교육을 청소년과 성인,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오랫동안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팀으로 활동하다가 LG전자와 LG화학의 도움을 받아 이곳 LG소셜캠퍼스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창업가들과 수시로 교류할 수 있게 됐다”면서 “LG의 지원을 받는 사회적 경제 기업이라는 사실 덕분에 대외적으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공신력을 상당 부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세계적인 ‘테크 에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꿈꾸는 트레셋이 둥지를 튼 이곳 LG소셜캠퍼스는 LG전자와 LG화학이 친환경 분야 사회적 경제 기업에 무상으로 사무 공간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고려대 안암캠퍼스 산학관 내에 총 2439㎡(약 738평) 크기로 개관한 곳이다. 이곳에는 현재 23개의 신생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독립 사무 공간은 물론 다목적 홀, 회의실,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활용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고 있다.

앞서 LG전자와 LG화학은 2011년부터 사업 내용은 우수하지만, 자금이나 경영 노하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예비 사회적 경제 기업을 발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최근까지 총 130억 원이 투입됐는데, 110여 기업이 지원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LG화학과 함께 2021년까지 누적 160억 원을 투입해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친환경 분야 사회적 경제 기업이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금융 △컨설팅 △사무 공간 등을 지원하고, 인재육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고용노동부, 환경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연대은행, 사회적기업연구원 등 여러 학계, 기관 전문가들과 협업해 각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한 ‘다자간 협력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성장단계별 종합지원체계를 갖춰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생태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는 사회연대은행과 연계해 성장 가능성과 공익성, 혁신성이 높은 사회적 경제 기업을 발굴한다. 고용부와 환경부는 사회적 경제 기업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자문 등을 제공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기술 명장이 사회적 경제 기업을 직접 방문해 진행하는 생산성 향상 컨설팅과 기업들이 해외 우수 사회적 경제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해외연수를 지원하고, ‘소셜Talk콘서트’를 매달 진행해 각 기업의 다양한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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