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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불만으로 법관 등 위협
신변보호 요청 3년새 531건
감치도 매년 2만6000여건

‘사법농단 의혹’검찰 수사에
‘판결 생떼’까지 엎친데덮쳐
“정의실현의 보루 의미 무색”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법정 소송을 둘러싼 폭력이나 보복위협은 물론 폭언·소란을 벌여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곰탕집 성추행 판결’에 반발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는 등 최근 재판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법관과 법원 공무원·당사자·증인이 법원에 신상 및 신변보호를 요청한 건은 모두 531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5년 148건, 2016년 125건, 2017년 145건으로 해마다 100건 이상이 접수됐다. 특히 올해에는 8월 기준으로만 11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말까지 17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상대나 증인·변호인에 대한 위협이 판사로 확대됐고, 증가 추세에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법관의 신변보호 요청은 전부 3건인데, 모두 올해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이 요청했다.

이처럼 신변보호 요청이 폭증하는 데에는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사법 불신이 초래된 세태가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폭언·소란 등을 벌여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훼손해 감치나 과태료처분을 받은 결정도 해마다 2만6000여 건을 웃돌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감치 결정’은 2015년 2만5005건, 2016년 2만7505건, 2017년 2만6574건, 올해 8월 기준으로는 1만5622건으로 조사됐다.

직접 재판에 임하는 판사들이 체감하는 사법 불신의 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계속되면서 사법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체 없는 ‘재판 거래’가 기정사실화되다 보니 재판받는 당사자들 사이에선 분통을 터트릴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어떤 사법부 기사가 나오든 ‘AI가 판사하라’는 댓글이 인기를 끄는 요즘”이라며 “법정은 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인데 이를 의심하면 사회는 혼란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달 말부터 각급 법원의 판사들과 직원들이 함께하는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를 통해 혼란스러운 법원 내부를 추스르고, 사법개혁의 비전을 내놓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