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얼굴 굳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질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카슈끄지 실종사건 진상조사
일주일 안에 끝나길” 언급도
공화당은 ‘강경 제재’ 촉구

‘진상규명 촉구’ 英버진그룹에
사우디 “투자 철회” 보복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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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사건의 배후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하는 세계 여론이 비등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성급히 속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사우디 측에 일주일 안에 조사를 끝내라고 권해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진상규명을 촉구한 영국의 버진그룹 투자철회 조치를 취해 경솔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사실상 전 세계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을 브렛 캐버노 대법관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성폭행 혐의에 비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먼저인데, 이번 일도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유죄’라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최근 캐버노 대법관의 경우도 그런 식으로 끝났지만, 나는 이런 문화가 싫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터키가 진행 중인 공동 진상조사에 대해 “일주일 안으로 끝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사진)왕세자와는 16일,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는 15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둘은 카슈끄지 실종에 대해서 모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저녁 방영된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가 카슈끄지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며 “국왕이나 왕세자가 알았다면 그건 안 좋을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일 트럼프 대통령은 “살만 국왕의 얘기는 어쩌면 (범인이) ‘독단적으로 움직인 살인자’(rogue killers)일 수도 있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한 만큼 카슈끄지 살해를 국왕과 왕세자가 지시했다면 권좌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있지만 몰랐다면 강력한 제재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이날 사우디로 급파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살만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 등을 잇달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사우디 지도부는 이스탄불 주재 총영사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밝혔다.

일단 공화당에서는 사우디에 대한 강경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유독성 인물이며, 정신분열증적이고 제정신이 아니다”라면서 제재를 촉구했다. CNN방송은 이날 총영사관에서 진상조사에 들어갔던 터키 관료의 말을 인용해 “카슈끄지의 사체가 2주 전 토막 내졌다”며 “터키 정부는 사우디 내무부의 법의학 책임자 등 7명을 여권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고 전했다. 또한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주요 7개국(G7) 외교 장관들은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사우디 방문을 연기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는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참여하는 차세대 초고속 운송시스템 ‘버진 하이퍼루프 원’ 사업과 관련된 투자계약을 철회했다. FT는 “이번 투자계획 취소는 카슈끄지 실종 및 피살 의혹과 관련돼 서방의 압박에 대한 사우디 당국의 첫 공식적인 보복 조치”라고 보도했다. 브랜슨 회장은 카슈끄지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사우디와의 10억 달러 투자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