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성숙 작가의 ‘향기로 피어나다’(Blooming fragrance). M갤러리 제공

유성숙, 21일까지 개인전

“민중미술할때 작아지는 느낌
욕 먹더라도 변하고 싶었다”

“결론이란 없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그 시대를 장악했던 사상, 유행도 아름다움의 가치로서는 부적당하다…미술이란 생활이라는 배를 타고 삶을 노 저어 아름다움(진실, 영원한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이라 본다.”(작가노트)

1990년대 현실과 몽환적 세계를 오가는 ‘민중미술’ 작품을 선보였던 유성숙(68) 작가가 기존의 작품 세계에서 지고지순한 아름다움만을 추출해 완성한 작품으로 전시를 열고 있어 미술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M갤러리(02-514-2322)에서 유 작가의 최근작 30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21일까지 열린다.

꽃과 나비, 새, 나뭇가지, 달팽이, 그리고 집과 자동차, 사람 등이 현란한 색채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유 작가의 작품은 자연스럽게 꿈, 사랑, 낭만, 환상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더 이상 희로애락으로 점철하는 이전 작품의 복잡다단한 현실 세계는 등장하지 않는다.

“민중미술을 하며 한 개인으로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량주의자로 욕먹었지만 변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에 화려한 색감이 많은 것은 내 속에서 싹트는 생명을 표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의 그림 주재료는 아크릴이지만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입체적이다. 그림에 서정성을 더 강렬하게 부여하기 위해 밑그림에 차돌을 분쇄해 만든 석영가루나 고무의 일종인 라바 알갱이 등을 뿌리고,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하고, 또 돌가루 등을 뿌리고 덧칠하는 과정 등을 반복하며 그 같은 질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은 “작품을 접하고 있으면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확 퍼지는 듯한 느낌의 빛과 광채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 광채는 마음 저 안쪽에서 피어오르는 사랑과 행복의 감정으로부터 발화하는 빛”이라고 분석했다.

유 작가의 최근작에는 ‘블루’ 계통의 색감이 많이 등장한다. 언뜻 블루하면 차가운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작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 작가에게 블루는 ‘희망의 색’이다. 그래서인지 ‘블루’ 색감의 그림을 유심히 보면 유난히 ‘새 출발’을 상징하는 면사포 쓴 신부가 많이 등장한다.

M갤러리 정문희 대표는 “유 작가는 창조적 생명의 환희를 담아내는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작품 속에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있다”며 “작가의 일관된 명제인 ‘향기로 피어나다’라는 구절처럼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하고, 나쁜 것을 없애는 치유의 향기가 작품에 넘친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