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윗선-일선 연결고리역 의심
檢, 조만간 구속영장 가능성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수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지 4개월 만에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에 대한 첫 소환 조사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당시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과 일선 재판연구관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고 의심하고 ‘윗선 개입’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우리 법원이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라며 “법원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했던 동료, 후배 법관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수사 전에 있었던 법원 내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임 전 차장을 상대로 당시 대법원의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법원 수뇌부의 지시·보고 정황을 추궁했다. 임 전 차장은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를 결재하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하는 등 ‘사법농단’ 의혹의 실무를 총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에 직접 드나들며 도움을 준 정황과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가 임 전 차장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 지시를 받고 보고를 한 사실 확인에 집중했다.

검찰이 확보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에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의 각종 재판 및 사법행정에 대한 지시사항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재판 관여 범위가 방대해 수차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이번 주 중 추가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임 전 차장의 조사 태도에 따라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높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 거래라는 무리한 프레임을 짠 수사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건 검찰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구속까지 염두에 둔 대응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