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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 최효극 지음 / 해드림

일제강점기 조선 땅에서 치열한 삶을 산 여성 선교사 엘리자베스의 인생을 담고 있는 장편 소설. 언론사에 오래 근무한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사건들을 창작해 박진감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수많은 소설이 나왔지만, 이 작품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소설은 금발의 엘리자베스가 조선 땅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독일 출신의 미국인인 엘리자베스는 노예나 다름없는 가마꾼들의 노동에 반대해 차마 가마에 올라타지 못한다. 엘리자베스는 마을 처녀를 내다 파는 악습에 저항하고, 나중에 나병 환자들의 인권을 위해 목숨을 건 행진에도 참여한다.

엘리자베스의 첫 부임지는 나병 환자들이 있는 광주 제중원. 그곳에서 남자 간호사이자 병원 운영자인 최종오를 만난다. 엘리자베스는 환자에게 헌신적인 최종오에 호감을 느끼고 ‘오빠’라고 부르며 따른다. 두 사람은 동지적 감정을 넘어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 앞엔 넘어야 할 장벽과 시련이 더 많다. 최종오는 독립운동 인사들과 접촉하다 일본 순감에 붙잡히고 엘리자베스는 투옥된 최종오를 대신해 3·1 만세운동에 뛰어든다.

엘리자베스의 겉모습은 분명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속은 누구보다 한국인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만큼 조선 땅의 백성들에게 헌신적이고 희생적이다.

결말은 다소 파격적이다. 엘리자베스와 최종오는 애틋한 감정을 키울 사이도 없이 지극한 이타심으로 예상치 못한 곳으로 치닫는다. 특히 최종오의 선택은 불가사의할 정도다.

최효극 작가는 “박선홍 선생의 ‘광주 1백년’, 양창삼 선생의 ‘조선을 섬긴 행복’, 알렌의 ‘알렌의 일기’가 없었다면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최흥종 목사님과 엘리자베스 요한나 쉐핑 선교사님의 숭고한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315쪽, 1만3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