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10% 인하’ 촉구에 이어
미국인 목사 브런슨 석방될듯

통화가치 급락으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터키 정부가 과도하게 상품 가격을 인상하는 기업·판매점에 벌금이나 과태료 등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터키 경제에 위기를 몰고 왔던 배경 요인 중 하나인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이 12일 석방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내무부는 각 주정부의 주지사들에게 환율 불안정을 악용해 과도한 가격 인상 및 사재기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하는 업주에게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9일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이 업주들에게 상품 가격을 10% 인하하라고 촉구한 데 이은 조치다. 지난 8일 통상부는 4000여 개 기업의 6만9000여 개 제품을 조사, 과도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판단되는 114개 기업에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물가 관리 시기를 놓친 정부가 뒤늦게 힘없는 기업만 잡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통신 요금이나 공공시설 입장료와 같은 기본 서비스 가격 인상은 용인했기 때문이다. 알바이라크 장관의 ‘상품 가격 인하 촉구’의 실질적인 강제성을 두고도 논란이다. 알바이라크 장관이 상품 가격 인하는 ‘자발적 캠페인’이라고 했지만 그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위이고 ‘실세’로 꼽히는 만큼 동참하지 않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터키의 지난달 연간 물가상승률은 현행 물가지수 산출방식이 도입된 2003년 10월 이래 최고치인 24.5%였다.

이날 AP와 로이터통신 등은 “터키에 2년째 억류 중인 브런슨 목사가 이날 예정된 재판에서 석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NBC방송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관료들이 최근 터키 정부와 일련의 합의를 봤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지원 간첩 행위 혐의로 구금된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경제적 제재를 가해왔다.

브런슨 목사는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부터 서부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이끌어오다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현재는 가택연금 상태에 처해 미국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기대하고 있지만 석방 관련 합의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