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5·24 해제 검토’ 제동
‘승인’ 등 표현으로 외교적 결례
‘주권 침해’ 소지있어 파장일 듯

국무부 “先 비핵화 後 제재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것을 하지 않을 것(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이라고 10일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에 경고를 가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승인’ 등의 표현은 외교적 결례인 것은 물론, 주권 침해의 소지까지 있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강 장관이 한국 서울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대북제재 해제 검토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와 당신은 연락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재차 “그렇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은 백악관 공식 배포자료로 백악관 출입 및 등록기자들 전체에게 통지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큰 규모의 대북제재를 하고 있다”며 “나는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가 뭔가를 받아야만 한다”며 구체적 비핵화 조치 없이는 대북제재 해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강 장관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관련 대북 제재인 5·24 조치 해제 질문에 “관련 부처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강 장관은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변을 수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이날 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는 비핵화에 뒤이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선비핵화 후제재완화 원칙을 재강조했다. 국무부는 또 “우리가 그 지점(비핵화)에 빨리 도달할수록 더 빨리 제재를 해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자세한 건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완화는 비핵화를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매우 분명히 해왔다”며 “그 지점에 빨리 도달할수록 미국은 더 빨리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통화를 하고 캐나다가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