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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검문 규제 풀어야” 주장
민주당 텃밭 겨냥 공세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총기범죄로 몸살을 앓는 ‘갱(gang)의 도시’ 시카고에 불심검문 재개를 촉구하고 제프 세션스(사진) 법무장관을 파견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 개입을 시사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데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오바마 전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에서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 공세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9일 시카고트리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전미 경찰서장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에 총기범죄가 끔찍한 역병처럼 퍼지고 있다”며 “세션스 장관에게 ‘시카고로 가 그칠 줄 모르는 총성을 잠재우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시카고에서는 올해만 2373명이 총에 맞아 389명이 숨지고 198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건 대부분이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모여 사는 남부 및 서부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불심검문은 범죄 억제에 효과가 있다”며 “총기·살인범죄 억제를 위해 불심검문 확대·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일리노이지부는 2015년 “경찰 불심검문이 위헌적 방식으로 시행되고 인종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소송 제기했고 시카고시는 모든 불심검문 사례를 기록에 남기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후 시카고의 불심검문 횟수는 80%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시카고 경찰노조는 “많은 도시에서 불심검문이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이매뉴얼 시장은 “불심검문 제재 후 시카고 범죄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잘못된 정책을 재도입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계 유권자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발언”이라고 폄하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일리노이주 일대에서 공화당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리노이주는 그동안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지만 최근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공화당 지지가 늘고 있다. 다만 인구가 많은 시카고에서 민주당 강세가 계속되고 ‘반(反) 트럼프 정서’도 확고해 시카고 공략이 공화당의 일리노이주 장악의 우선 과제로 꼽힌다.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카고 트럼프 호텔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수익이 악화됐고 8월에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가 환경법 위반으로 시카고 검찰로부터 제소당하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