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이하 군사합의서)를 부속서로 채택하면서, 추후 남북 간 군비축소(이하 군축) 문제가 주요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남북화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일견 적절한 논의로 보이지만 북한과의 본격적인 군축 협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북한과의 군축 협상을 지나치게 서두를 경우 비핵화 추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사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까지 재래식 무기의 군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는 최대한 연기하면서 남북한 군축문제에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도 결국 핵 보유의 자신감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지금 북한이 군축에 적극적인 것은 핵 문제는 미국과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통미봉남의 연장선이다. 또 군축 협상은 단지 남북의 문제가 아닌 주변국의 군사력까지 감안한 고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문제다. 사실 북한뿐 아니라 지금 한반도 주변국들의 군비 증강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가 적극적으로 군축에 나서는 것은 우리 안보에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군축을 논하기에 아직은 북한과의 신뢰구축조치(CBMs·Confidence Building Measures)가 미흡하다. 기본적으로 군축은 이에 선행하는 충분한 신뢰구축조치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재 논의 중인 남북 간 군사핫라인을 활용한 상호 군사 활동의 통보, 훈련참관, 민군 합동 세미나 등 투트랙 교류, 고위급 장교 교환 연수, 전시작전권 정상화 등 다양한 인적·물적 신뢰구축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제공하는 군축에 관한 정보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해서 상호신뢰 하에 군축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지진·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