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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이장호 감독
영화 연출자 44년 회고전 열어

“제 영화 인생은 NG 인생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감사와 은혜를 얻었습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연 이장호(사진) 감독은 영화 연출자로 살아온 44년을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이 감독의 데뷔작인 ‘별들의 고향’(1974)을 비롯해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과부춤’(1983), ‘바보선언’(1983), ‘어우동’(1985),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시선’(2013) 등 8편을 상영한다.

지난 5일 부산 해운대 노보텔앰배서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행사에는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등 부산영화제 관계자와 임권택·김수용·이명세·정지영·강우석·배창호·이준익 감독, 이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신성일·안성기·김희라·나영희·이보희·오광록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감독은 이날 선물로 받은 디렉터스 체어를 번쩍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회고전을 하기에는 아직 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자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로 ‘시선’을 꼽았다. 이에 대해 그는 “보통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 애정이 가지만 나는 사랑받지 못한 영화를 꼽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후배 감독들에게 “작가 정신이 있는 감독이 돼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 때는 조금 우둔해 작품을 앞세웠지만 요즘은 감독이 제작자보다 더 돈을 벌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개인에게는 이익이겠지만 한국 영화 역사 속에서는 어두운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성일과 함께 새 작품을 기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 노처녀 선교사 이야기를 쓰다가 희생과 이타심을 그리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신성일 씨가 기획한 장인과 사위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를 먼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