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3명 공석… 6인 체제
정족수 미달 회의 개최도 못해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표류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지난달 퇴임했지만, 후임 재판관 선출을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전면 마비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추천)·이종석(자유한국당 〃)·이영진(바른미래당 〃)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지만,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조차 무산된 상황이다.

5일 법조계 관계자들은 심판정족수 미달로 인한 심판기능 마비, 재판관 회의 개최 불가에 따른 행정기능 마비를 재판관 6인 체제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헌법재판소의 ‘심리 기능’과 ‘행정 기능’ 모두가 제구실을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원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는데 현재는 재판관이 6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평의·변론·선고를 포함한 심판 기능의 파행적 운영이 불가피하다. 3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맡는 헌법소원 사전심사 역시 운영에 큰 지장을 겪고 있다.

심판 기능뿐만 아니라 행정 기능도 마비된 상황이다. 행정을 담당하는 재판관 회의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현재의 6인 체제에서는 회의 자체가 열릴 수 없다. 재판관회의는 헌재법 제16조 2항에 따라 헌법연구관을 포함한 3급 이상 공무원 임면, 헌법재판소규칙 제·개정, 법률 제·개정에 대한 입법의견 제출, 예산요구, 예비금 지출과 결산 등 헌재 운영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의결로 결정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며 “헌법기관이 일시적으로나마 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국민에게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현재 국회에서는 문제 소지가 덜한 일부 재판관 후보자만이라도 오는 8일 임명동의안을 표결하자는 논의도 나온다. 특히 바른미래당에선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자당 추천 이영진 재판관 후보자라도 먼저 임명해 ‘7인 체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야 합의 무산으로 8일 표결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오는 10일 시작되는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내달 1일로 한 달 가까이 표결이 미뤄져 파행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특히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 사태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놓고 여야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헌재 정상화는 당분간 기약하기 어려운 형편인 만큼 국회 표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