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남북 화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북한 공작은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와 금융기관 등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심각한 안보 위협도 된다. 미국 워싱턴에서 3일 열린 ‘사이버 디펜스 서밋’에서 북한이 해킹으로 외화를 탈취하는 금융 전문 해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세계적 보안 회사인 파이어아이는 ‘APT38’로 명명된 북한 해커 조직이 최소 11개국의 금융기관과 비정부기구(NGO) 등을 해킹해 11억 달러어치 외화 탈취를 시도했고, 수억 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제 NGO가 한국으로 송금하려던 돈이 탈취당했다는 사례도 적시했다. 박병석 의원이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2015년 172건에서 2018년 8월 기준 43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탈북자 정보가 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4·27 판문점선언에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당연히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적 행위도 중단해야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미·북 정상회담이 논의되던 지난 5월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연방수사국(FBI)이 북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보를 발동했다. 북한 해커 조직 ‘히든코브라’가 멀웨어를 유포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6월 박진혁이란 북한 해커를 기소했다. 북한은 라자루스란 해킹 조직을 통해 지난해 5월 세계 150여 국 30여만 대 컴퓨터를 감염시킨 ‘워너크라이’ 공격을 자행한 적도 있다. 세계의 이목이 북한 핵에, 그리고 문 정부의 관심이 남북 대화에 집중돼 있는 것을 틈타, 북한의 전방위(全方位) 사이버 공작은 더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마침 때맞춰 나온 심재철 의원의 폭로는 심각한 경보(警報)다. 예산 자료 유출 논란과 관련, 정부 스스로 안보를 위협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백스페이스 2번, 클릭 5번에 뻥 뚫리는 수준이니, 북한 사이버 전사들에겐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사이버 공격은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활용도가 높은 한국을 일거에 ‘사이버 석기시대’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국군사이버사령부는 ‘댓글 사건’으로 무력화되고 있으며, 계획됐던 사이버예비군 창설도 무산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