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된 9월 28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점들이 50% 세일을 내건 가운데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명 브랜드 대부분 참여 안해
할인 큰 품목은 구식 재고모델
‘블랙프라이데이’式 파격 없어

지갑 열려던 소비자들 실망감
정부도 내수진작 위해 도와야

일요일이었던 지난 9월 30일 서울 시내 대형 백화점. 주부 유모(35) 씨는 ‘2018 쇼핑관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KOREA Sale FESTA·코세페)’를 기대하고 이 백화점을 찾았다가 실망만 했다. 유 씨는 “코세페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왔는데 할인 품목이 별로 없고, 그나마 할인 폭이 큰 품목은 몇 년 지난 구식 모델인 것 같아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잡화 매장의 한 직원은 “코세페라고 특별히 행사를 하기보다는 백화점 정기세일을 그 기간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요즘은 세일을 해도 참여하지 않는 브랜드도 많아 고객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29일에도 주말을 맞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많은 나들이객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는 해외 유명 브랜드 매장의 경우 줄을 서는 광경도 벌어졌지만, 이들 유명 브랜드는 대부분 코세페에 참여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특별히 할인이 많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7일까지 진행되는 코세페에 국내 주요 유통업체 403개가 참여하고 있지만, 소비자 만족도를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소비자 반응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코세페의 할인율 격차에서 비롯된다. 코세페와 블랙프라이데이의 할인율은 40∼50%까지 차이가 난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년 정도 지난 모델 제품들이 최고 80% 가까운 할인율로 판매되기도 한다. 고작 20∼30% 정도인 코세페와는 할인율부터 차이가 심하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제조사와 직매입 업체들이 직접 참여해 구형 재고 물품을 소진하기 위해 큰 폭의 할인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실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1년 정도 지난 유명 가전업체들의 60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을 정상가의 절반 가격 수준에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코세페에서 ‘킬러 아이템’이라고 내놓은 삼성전자 그랑데 건조기의 경우 할인율이 20%지만, 오히려 인터넷 구매가 더 저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국내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제품을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들로부터 수수료만 받고 매장을 빌려주는 형식이어서 할인율을 백화점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세페를 운영하는 정부가 제조업체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려는 이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출발한 코세페를 축소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내수 진작을 위해 코세페를 잘 살려갈 필요가 있으며, 당분간 정부가 주도해 좀 더 활성화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통 구조상 정부가 나서 길을 닦아주고 민간기업들이 그 길 위에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임대환·박세영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