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성황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박람회장에서 지난 2일 개막한 ‘2018 파리모터쇼’ 언론 공개 행사장의 현대자동차 부스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영화 ‘택시’서 수모 20년… 모터쇼 메인 차지한 현대기아차

현대차 1724㎡ 전시장 마련
고성능·친환경·디자인 화두
수소차 ‘넥쏘’ 등 14대 선봬
年 100만대 유럽판매 눈앞

기아는 니로EV 등16대 공개
세계 언론들도 뜨거운 관심

1998년, 프랑스의 유명한 뤽 베송 감독이 제작자로 변신해 만든 ‘택시’ 시리즈의 1탄이 한국에 개봉했다. 프랑스와 독일 사람들 사이의 경쟁의식을 푸조와 벤츠의 카 레이스를 통해 풍자했던 영화다. 그런데 그 영화에는 한국인이 놀림거리로 등장했다. 가난한 한국인 유학생들이 택시 트렁크에서 교대로 잠을 자며 택시 운전으로 학비를 버는 ‘일벌레’로 묘사됐다. 이 장면을 넣은 이유가 베송이 감독했던 영화 ‘제5원소’의 한국 흥행 실패에 대한 앙갚음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로부터 20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박람회장. 푸조는 메인 전시장 가운데 천장에 닿을 듯한 높이의 대형 사자 엠블럼을 설치하고 있었다. 프랑스 메이커들은 벤츠, BMW 등 독일산 자동차를 메인 전시장에서 밀어내는 것으로 자존심을 유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후진국’이었던 한국산 자동차는 당당히 메인 전시장에 부스를 차렸다. 언론 공개 행사에서 현대·기아차 부스는 세계 각국 언론들의 취재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는 이날 1724㎡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하고, i30 패스트백 N과 콘셉트카인 ‘르 필 루즈’, 수소전기차 ‘넥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등 14대를 전시했다. 처음 공개된 i30 패스트백 N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세 번째 모델이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고성능·친환경·디자인’을 3대 경쟁력 화두로 잡고 전시장을 각 주제에 맞춰 3개 존(Zone)으로 꾸몄다. 고성능존에서는 방문객들이 i30 패스트백 N에 타고 파리의 시내와 교외, 트랙 등을 주행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N 드라이빙 인 파리’ 프로그램에 체험객들이 몰렸다.

기아차는 1820㎡ 규모로 전시장을 마련해 신형 ‘프로씨드’와 ‘니로 EV(전기차)’ 등 16대를 선보였다. 프로씨드는 독특한 디자인에 공간 활용성이 좋은 슈팅 브레이크(왜건) 형태의 유럽 전략형 모델이다. 에밀리오 에레라 기아차 유럽권역본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프로씨드 등 오늘 선보인 차종들은 유럽 시장에서 기아차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1977년 그리스에 ‘포니’ 300대를 수출하며 처음 유럽시장에 진출했다.기아차가 1995년, 현대차가 2000년 유럽 총괄 법인을 설립했다. 2008년 유럽에서 50만 8574대를 팔았던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는 약 2배에 가까운 99만5383대를 판매했다. 2008년 10위에 불과했으나 올해(1~8월 누계)는 BMW와 다임러 등을 제치고 폭스바겐, 푸조시트로엥, 르노, FCA에 이어 5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현대차는 유럽 진출 41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판매 100만 대 돌파라는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다만 중국의 추격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날 모터쇼에 진출한 장 팬 중국 GAC부사장은 “우리는 한국에서 자동차의 기술력을 배웠지만 이제 한국은 우리 경쟁자”라며 “(한국보다)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파리 =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