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정보 당국의 판단으로는 북한이 적게는 20개부터 많게는 60개까지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정보 당국의 판단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얘기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각국 정보기관이나 비정부 기관 등이 유사한 견해를 제시한 경우가 적지 않지만, 한국의 남북 관계 주무장관이 국회, 즉 국민 앞에 공식·공개적으로 명확히 밝힌 것은 처음이다.

조 장관의 언급은 두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비공식적으로는 인정하더라도 정부가 공식화하는 데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자칫 핵 보유국임을 ‘홍보’해주는 셈이 되고, 국제사회의 ‘핵보유국 불인정’과도 배치된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중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남의 일 바라보듯 대수롭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 정도 핵무기면 대한민국을 초토화시키고도 남는다. 국민 앞에 이런 답변을 하려면, 상황의 엄중성과 빈틈없는 대비 태세까지 함께 답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북한 입장을 거드는 결과를 낳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해 “어느 시점에서 북핵 신고가 있어야 하지만 그전까지는 미국이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북의 핵 신고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미국의 조치를 다그치고 있으니 누가 적이고 누가 동맹인지 헷갈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들에게 평양 방문 뒷얘기를 전하면서 “사람들이 김여정의 팬 클럽 회장을 하겠다고 난리였는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외모 패권으로 당첨됐다”고 했다. 인권탄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북한의 집단체조극을 보고 불편하게 느낀 사람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이니까 그렇다”는 박 시장의 인권의식도 문제다. 비록 가볍게 한 얘기라 하더라도, 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인식이 이래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