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 추계
농림수산업 육성에 29조 소요

김포~해주·정주 고속도 신설
5조575억 등 도로부문 22조

火電·가스관·송배전망 건설 등
에너지분야도 재정투입 불가피

사회문화·이산가족지원 등 1조

한반도 해빙 분위기 속에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동시에 천문학적 소요 재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업·도로·항만 등 10개 분야에서만 최소 103조 원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추계가 나왔으나, 향후 실제 남북경협 과정에서 그 규모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가늠할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협 비용 최소 103조, 최대 111조” =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어느 정도 재원이 소요될지에 대해 정부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과거 정부기관이나 연구소 등의 추계 결과를 통해 대략적으로 가늠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2일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관련 사업전망’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토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등이 남북경협 10개 분야 비용 추계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들 기관의 추계 결과를 종합하면 10개 분야에서만 향후 최소 103조2008억, 최대 111조4660억 원의 경협 비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위는 2014년 ‘한반도의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북한의 농림수산업 부문 육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270억 달러(약 29조7000억 원)로 추정했다. 남북 농업 분야 협력은 이미 2000년대 후반에도 활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05년 남북농업협력위원회, 2007년 남북 총리회담 등을 통해 체결된 합의상의 농업협력사업 내용만 보더라도 남북은 육묘시설, 농업 기자재, 배합사료 지원과 현대적 종자 생산시설 지원, 양묘장 조성, 산림 병해충 방제 등 분야에 걸쳐 폭넓게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인프라 구축 비용 막대 = 북한 지역의 도로 연장에는 총 22조9278억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토연구원은 2013년 ‘북한 에너지·자원·교통 분야의 주요 개발과제’ 보고서에서 일부 북한 지역 도로 총 3939.4㎞를 연장하는 데 16조1280억 원, 3899.4㎞에 이르는 기존 도로 현대화에 5조7482억 원, 기타 제도 개선에 3560억 원 등이 투입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국토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각 산업단지와 특구의 배후 철도망을 건설하는 등 남북 사이 철도 연결 시 약 19조1196억 원(3308㎞ 규모)이 필요할 것으로도 추정했다.

북한 경제난이 석탄, 전력 부족 등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화력·수력발전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재정 투입도 불가피하다. 국토연구원은 북한의 화력 및 수력발전소 현대화 재원으로 약 2조5081억 원을 추정하고 북창(1조506억 원)·평양(3425억 원) 등 화력발전소와 서두수(1809억 원)·장진강(1762억 원) 등 수력발전소를 개·보수 대상으로 꼽았다. 남포 발전단지 및 지역 송·배전망 건설에는 약 6조4704억 원이 소요될 것이란 추계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2014년 ‘통일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 보고서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북한∼한국을 잇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에도 약 3조86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이 막강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는 통신 부문 육성을 위해서는 약 10조6000억 원(금융위, 2014년)의 비용이 북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과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당시 남한의 유선전화 회선 수는 북한의 26.4배, 이동전화 회선 수는 7650배로 현재 그 격차가 더 커졌을 공산이 크다. 관광 분야와 관련해서는 4대 관광특구 조성을 기준으로 5조1000억 원(국토연구원, 2013년), 3대 관광특구 개발을 기준으로 1조2000억 원(건설산업연구원, 2014년) 투입이 각각 예상됐다. 북한이 공들이고 있는 경제개발구 등 산업단지 개발에는 우리 정부가 7조6000억 원가량(건설산업연구원, 2014년)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장기적으로 북한 경제가 본격 개방될 경우 늘어나는 물동량 소화를 위한 나진항 등 항만시설 현대화엔 약 1조4188억 원(국토연구원, 2013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지난 9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사용된 백두산 삼지연공항·평양 순안공항을 비롯해 원산 갈마공항 등을 현대화하는 사업에도 6075억 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10개 분야 이외에 예상되는 남북 사회문화 교류, 이산가족 교류 지원, 인도적 지원 등에는 정부의 남북협력기금 운용안을 토대로 2019년 한 해에만 약 1조977억1600만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진·김윤희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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