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北 돌아가려는 리용호 리용호(오른쪽 네 번째) 북한 외무상이 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경호원의 안내를 받으며 공항행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바꿀 흥정물 아냐”

트럼프 “中, 北관련 美 돕길”
비핵화 없인 제재 지속 확인

비건-최선희 실무협상 관건

북한이 2일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에 대화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중국이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돕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미·북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앞서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먼저 성과를 내야 북핵 프로세스가 재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해주는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핵 계획 신고와 검증은 물론 영변 핵시설 폐기나 미사일 시설 폐기 등을 받아내야 한다는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궤변들이 나오고 있다”며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꿔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6·12 미·북 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관계수립을 지향해나가는 때에 미·북 사이의 교전 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앙통신은 “미국은 구태의연하게 대조선 제재 압박 강화를 염불처럼 외우면서 제재로 그 누구를 굴복시켜보려 하고 있다”면서 대북제재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그대로 드러냈다. 앞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지난달 2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추가적·가시적 비핵화 조치 없이는 종전선언 합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중국의 대북제재 비협조를 또다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무역협상과 관련한) 대화를 원하지만 대화를 하기에 너무 이르다”며 “우리는 그들(중국)이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돕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북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으로 예상되는 북측 카운터파트의 실무협상에서 먼저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빈 협상이 끝난 뒤 10월 중순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북이 현재는 기싸움을 하고 있지만, 실무협상이나 고위급 협상에서 ‘빅딜’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