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므어이(왼쪽 두 번째) 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1995년 4월 12일 방한해 김영삼(〃 세 번째) 당시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90년대 ‘도이머이’ 주도한 독립영웅… 101세 일기로

페인트공서 권력 서열 1위 올라
한국과 수교… YS와 정상회담도
박정희 사상 연구 발전모델 삼아

베트남의 경제 개혁·개방을 이끈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도입·추진했던 도 므어이 전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1일 101세로 사망했다.

2일 베트남뉴스통신(VNA)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고위공직자 보건위원회는 므어이 전 서기장이 1일 오후 11시 12분 하노이 군 중앙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장례 형식을 비롯한 일정과 절차는 추후 발표 예정이다. 므어이 전 서기장은 1917년 하노이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페인트공으로 일하다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까지 역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베트남 독립과 경제 건설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그는 19세 때였던 1936년 베트남 공산당의 전신인 인민전선운동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원래 이름은 ‘응우옌 주이 꽁’이지만 독립투사로 유명해지면서 ‘열 번 탈출했다’ 또는 ‘열 번 승리했다’는 뜻인 ‘도 므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41년 프랑스군에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고 4년여 동안 옥고를 치르다 45년 탈옥, 독립을 맞이했다. 베트남 독립 후에는 상무부 장관, 건설부 장관, 부총리, 총리를 차례로 역임했고 1991년 6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공산당 서기장을 지냈다. 1986년 총리 재임 시절 도이머이 정책을 공식 채택해 실리 위주의 경제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했고 이후 ‘베트남의 덩샤오핑(鄧小平)’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중국·미국 등과 관계 정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캄보디아 주둔 베트남군 철수와 외국인투자법 강화 등을 주도해 서기장 재임 동안 국교 정상화를 이뤄냈다. 1992년 한·베트남 수교에도 큰 역할을 했다. 1995년 한국을 공식 방문하고 1996년에는 베트남을 답방한 김영삼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국의 발전모델을 원용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상을 연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므어이 전 서기장은 고질적인 척추질환을 앓았는데 2012년에는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진이 베트남 측 요청으로 현지 방문해 치료하기도 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