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同床三夢…원칙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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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前駐美 대사

2018년 한국, 북한, 미국은 북핵을 둘러싸고 기대와 희망 속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 남은 3개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을 내다보는 핵심은 경제에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아버지의 군대 중심 ‘선군정책’에서 핵·경제 ‘병진정책’으로 국정을 바꾸었다. 그리고 ‘핵무력 완성’ 이후, 2018년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동아시아 모든 나라가 경제 발전에 크게 성공한 것처럼 북한을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한다. 아주 좋은 일이다.

그런데 핵이 문제다. 우리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1978년 주한 미군을 철수하려 했을 때 핵무장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을 위해 포기했다. 핵과 경제 사이에서 북한은 어디로 갈 것인가? 북한은 가급적 이미 만들어 놓은 핵을 지키면서 경제 발전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래서 비핵화 시작에 전제 조건을 달고 있다. 그것은 경제제재 해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을 전후해 약속한 ‘굉장한 미래’를 북한은 경제제재 해소로 보고 이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어떤가?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싱가포르 회담 전후에 폐기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가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시켰다. 추가 실험이 없으면 미국 본토는 북한의 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북한의 현재 핵 능력인 스커드, 노동 미사일과 수십 개의 핵무기는 주변국, 즉 한국·일본·중국이 감당하라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의 결정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계속 칭찬하고, 굉장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북한을 달래고, 지난 9·9절에 ICBM을 등장시키지 않은 김 위원장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11·6 중간선거가 중요하다. 미 본토를 보호했다는 업적을 미국민에게 각인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의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 북한의 비핵화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입장이 문제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는 2년, 3년이 걸려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자, 국무부는 즉각 결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것이라고 서둘러 설명했다.

북한은 미국의 전통 관료들이 대통령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미국은 비핵화가 진전돼야 안보리 경제제재 해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지난 8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도 비핵화와 경제제재의 갈림길에서 미·북이 출구를 찾지 못한 데 있다. 이달로 거론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문제도 바로 여기에 걸려 있다.

우리는 비핵화와 경제제재 사이에서 ‘종전을 위한 정치적 선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종전선언 이후의 평화협정은 비핵화가 완성되면 하는 것이고, 한·미 동맹은 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계산법이 어렵다. 최근 남북 관계를 지켜본 많은 사람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로 나가기로 했다고 주장한다. 또, 많은 사람은 북한의 비핵화는 속임수이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모두 정확한 판단이 아니다. 북한은 그 가운데 있다. 즉, 상황이 잘 풀리면 경제 발전을 하면서 핵을 천천히 포기하는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상황이 안 풀리면 핵을 지키고 경제를 포기할 수도 있다.

남·북·미 ‘동상삼몽(同床三夢)’ 속에 우리는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 한·미 동맹과 남북대화를 모두 지켜나가는 선에서 북한 문제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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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同床三夢…원칙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