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30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전 대법관 3명의 사무실·주거지 등이 대상이었다. 누구도 사법절차의 예외가 될 수 없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앞세운, 전임 사법부 최고위층에 대한 수사인 만큼 더욱 공정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부적절한 활동을 했을 수 있지만, 재판 거래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직은 뚜렷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기각되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될 만큼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더욱 기이한 것은, 새로 영장전담 판사로 투입된 검찰 출신 판사가 영장을 발부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법은 기존 3명이던 영장전담 판사를 한 명 추가했다. 새로 임명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년간 검사를 하다 판사로 전직한 사람이다. 지난 3개월간 검사 30명을 동원해 수사를 벌이면서 청구한 영장의 90%가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됐는데, 새로 영장전담 판사가 그런 기류를 완전히 뒤집었다. 그 전까지의 영장전담 판사는 이례적으로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장문의 사유를 적시하면서 기각하기도 했다. 더구나 양 전 대법원장 영장의 경우 집은 안 되는데 차량은 된다는 기준이 뭔지 모호하다. ‘면피성 발부’라는 의문도 든다. 이젠 ‘코드 영장’ 의혹까지 나오게 생겼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무리한 활동을 한 정황은 짚인다. 불법이 있었다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세 차례의 법원 자체 조사에서 재판 거래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결론 난 사안이다. 정권에 유리하게 재판을 거래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끝까지 털어보겠다는 식의 수사는 사법 불신을 극대화할 것이다. 그만큼 오해받을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지난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재판 거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를 강조한 것도 부적절했다. 현 사법권력이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 부추기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