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는 9·21대책을 내놓은 지 채 열흘도 안 돼 예정지로 지목된 곳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반기(反旗)를 들고 나섰다. 경기 광명시장과 시흥시장이 지난달 27·28일 각각 정부의 발표에 공개 반대했고, 서울의 강동·송파구청장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 4곳의 지자체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여당 지자체장들까지 등을 돌리면 가뜩이나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부의 공급 스케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규 택지 지정 등에 반발하는 지자체장과 주민들의 움직임을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기엔 9·21대책이 너무 졸속이다. 집값을 잡는다면서 서울·수도권 17곳의 신규 공공택지 조성을 발표했지만, 이중 인천 검암·의정부 우정·시흥 하중 등은 1년 새 집값이 떨어진 곳이다. ‘불은 서울에 났는데, 왜 경기도에 물을 퍼붓느냐’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송파구의 성동구치소 부지는 복합문화시설을 짓겠다고 공약했던 곳이다. 40년 간 혐오시설을 견뎌온 주민들은 결사반대위원회를 결성했다. 일산·분당보다 서울에 가까운 신도시 4·5곳, 20만 가구를 짓는 구상도 갈등의 뇌관이다. 아직 20만 가구 가량의 분양 물량이 남은 2기 신도시 중 서울과 접근성이 떨어진 곳에선 벌써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집값 과열을 차단하려면 살 만한 곳에 집을 충분히 짓는 것이 유일 방책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교통·교육·문화 인프라를 갖춘 서울 도심에 지속적인 공급 신호를 주는 것이다. 새집 지을 곳이 고갈된 서울에서 양질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려면 도심 개발 외 방법이 없다. 둘째, 수도권 신도시의 자족 기능을 높여 서울 거주 수요를 대체하는 것이다. 2기 신도시만 해도 입주 규모에 비해 기반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신도시 개발은 미분양·교통 대란을 촉발할 뿐이다. 발표 즉시 시장 역풍에 직면한 공급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