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업무추진비 논란이 법적·정치적 공방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8일 재정분석시스템(OLAP) 자료를 통해 청와대와 장·차관 업무추진비 사용에서 불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검찰은 추석 연휴 전날인 21일 심 의원실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심 의원실의 다운로드를 인지한 재정경제부가 지난 17일 심 의원 보좌진을 행정정보 무단 열람 혐의로 고발했고, 27일에는 심 의원에 대해서도 예산정보 불법 유출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당은 의정(議政)·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심 의원은 폭로전과 맞고소에 나서는 등 점입가경이다.

우선, 청와대와 검찰의 대응이 과도해 보인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을 기치로 집권한 만큼 이런 의혹 제기에 적극 대응하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에 대해선 가혹할 정도로 뒤지고 처벌하는 만큼, 더욱 투명하고 사소한 의혹의 여지도 없어야 한다. 혹 오해의 여지라도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한 뒤 제도를 개선하는 게 정도일 것이다. 당·정·청의 지나치게 민감한 대응이 오히려 의심을 부추긴다. 특히 검찰의 대대적 수사는 더욱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로한 내용의 사실 여부다. 심 의원은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이 내부 회의에 참석하고도 회의수당 명목으로 회당 10만∼25만 원씩 받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이 정부가 출범한 데 따른 초기의 불가피한 정책 자문료 지급이었다고 반박했다. 일리가 없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사실상의 급여를 그런 식으로 지불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심 의원이 28일 공개한 내용 중에는 심야 및 주말 시간에 2억4594만 원이 사용됐다. 청와대는 “24시간, 365일 운영하는 조직”이라고 해명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시간대일수록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는 게 정상이다.

현 집권세력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강규형 KBS 이사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벌여 2년 간 법인카드로 327만 원을 부당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퇴시켰다. 같은 잣대를 이번 사태에 들이대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자료 취득의 불법성 여부는 사법적 판단에 맡기면 된다. 업무추진비 의혹은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공개하는 게 옳다. 검찰 수사도, 감사원 감사도 가능하겠지만 ‘코드’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가 가장 낫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와 예산 감시는 국회의 존재 이유이자 3권분립의 토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