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단호 크리스틴 포드 미국 팰로앨토대 교수가 27일 미국 워싱턴 의회의 상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美대법관 청문회 진실 공방

캐버노, 사퇴불가 입장 재확인
포드 “정치적 동기없다” 선그어

민주당 의원들 질문공세·성토
공화당은 역풍불까 우려 조용

“브렛 캐버노가 100% 확실하다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 VS “계산되고 조직된 정치적 공격(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

캐버노 지명자의 인준 투표를 하루 앞둔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캐버노 지명자와 포드 교수가 시차를 두고 출석해 진실과 거짓을 놓고 증언에 나섰다. 먼저 출석한 포드 교수는 처음에 울먹이다 나중에는 침착한 어조로 질문에 답했다. 포드 교수는 1980년대 초반 고교생 모임에서 술 취한 캐버노 지명자가 친구 마크 저지와 함께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성폭행하려고 했다며 당시 캐버노 지명자와 저지의 웃음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가해자가 캐버노 지명자라는 걸) 100% 확신한다”며 “캐버노 지명자의 성폭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 공포증 등에 시달리며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포드는 자신의 ‘폭로’를 놓고 정치 공세라는 공화당 등의 주장에 대해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개 결정이 정치적 동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시민적 의무라고 믿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마음이 안정된 듯 웃기도 했다. 이날 공화당 의원들은 역풍을 우려해 직접 질문에 나서지 않았고 레이철 미첼 애리조나주 마리코파카운티 검사가 사실관계를 대신 캐물었다. 다만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그동안 정치에서 봐온 것 가운데 가장 비열한 짓”이라며 “민주당은 캐버노 지명자의 인생을 파괴했고 차기 대선 승리를 염두에 두고 대법관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기 위해 비도덕적 책략을 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출석한 캐버노 지명자는 청문회를 ‘계산되고 조직적인 정치적인 공격’이라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분노를 드러내면서 시종일관 격앙된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나에 대한 인준 청문회는 국가적 수치가 됐다. 조언과 합의의 장이 돼야 할 청문회가 신상을 털고 인격을 파괴하는 장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캐버노 지명자는 “나는 맥주를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지만 기억을 잃을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며 “인준 투표가 날 쓰러트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멈추게 하진 못할 것”이라며 사퇴 불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캐버노 지명자는 불쾌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의원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기억을 못할 수 있지 않느냐”고 붇자 “질문하신 의원님은 그렇습니까”라며 반문했다. 다만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을 의향이 있는가’라는 카밀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의원의 질문에는 “위원회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하겠지만 (거짓말탐지기는) 연방 법원에서 인정되는 자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진행하도록 직접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해리스 의원의 질의에도 캐버노 지명자는 답하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포드 교수가 주저주저하면서 연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시청자들에게 더 신뢰를 주며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평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