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정문에 지역 주민들이 택지 개발에 반대한다며 내건 현수막을 바라보며 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9·21대책 후보도시 반발 확산

“서울 집값 잡는다는 명분으로
주변도시들 희생시켜선 안돼”
靑게시판에 국민청원 글 쇄도

전문가, 변두리 공급과잉 지적
“시내 재건축 등 빠른 진행 우선”

지난 21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신규 택지 조성 대상지로 선정된 17곳 대부분 지역에서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 미분양 확대, 자족 기능을 상실한 베드타운 전락 등을 우려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건설로 아파트 분양에 직격탄을 맞게 된 2기 신도시에서도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까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더 이상 주변 도시들이 희생돼선 안 된다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28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미흡한 교통대책, 광명 뉴타운 침체, 하안동 기존 시가지 슬럼화 우려, 신혼부부·청년 일자리 창출 대안 부족 등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주택 공급이 우선시됐던 그동안의 상황이 계속되면 광명시 전체가 ‘베드타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근 시흥시도 신규 택지 조성에 따른 인프라 구축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정부 대책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시흥 거모지구 등 5개 지구의 경우, 아파트 6만1123채를 조성하는 공공택지 사업 수행을 위해 시가 3134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광명 시흥 신도시 지정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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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시 주민들은 인접한 의정부시 녹양동 우정마을이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돼 집값 하락이 불가피해진 것에 항의하고 있다. 실제, 양주 옥정신도시의 경우 조성 예정 택지 1157만㎡ 중 절반 이상인 661만㎡가 여전히 빈 상태로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78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인 인천 서구 검암역세권 공공택지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달 분양하는 7만5000가구 규모의 검단신도시 정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검암역세권은 인천 지하철 2호선 및 공항철도와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 여건 덕에 검단신도시보다 유망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검단신도시보다 입지가 좋은 검암역세권에 대한 기대로 벌써 미분양 속출을 걱정하고 있다.

2기 신도시에서도 반발과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김포 한강 등 2기 신도시들의 경우 실수요자들이 입지 여건이 좋은 3기 신도시로 옮겨 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분양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포 풍무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도권 인근에서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면 기존 2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변 지역까지 분양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들도 서울과 고양시 사이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누가 파주까지 오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신규 택지를 둘러싼 반발이 일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성동구치소 부지 인근 주민들은 ‘성동구치소 졸속개발 결사반대 위원회’를 결성하고, 택지 조성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주민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이 지역에 복합문화시설·청년 스타트업 공간을 짓겠다고 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공약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심형석 성결대 교수는 “정부가 서울 집값 하락이라는 목표에만 매몰돼 서울 변두리 과잉 공급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서울에서 정체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신속히 진행시켜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는 사인을 시장에 주는 것이 확실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