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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종영 ‘미스터 션샤인’

일제 강점기 배경 구한말 그려
고애신·쿠도 히나 활약에 초점
고종의 항일운동 지원 재평가도

“조선은 왜란, 호란을 겪으며 살아남았어요.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죠. 누가? 민초들이.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되죠. 을미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사진)에서 일본군 장교 모리 타카시가 의병의 씨를 말려야 한다며 내뱉은 말이다. 약탈자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30일 막을 내리는 ‘미스터 션샤인’의 의미와 정신을 관통하고 있다.

4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은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그렸다. 그 주인공은 빼앗으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 그리고 ‘검은 머리 외국인’인 주인공 유진초이(이병헌 분)와 일본도를 찬 조선인 구동매(유연석 분) 등 경계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조선의 방패를 자임하며 그 시대를 살았다. 또한 일본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등 열강들이 각축을 벌인 구한말 혼란상은 미국, 중국, 일본에 둘러싸인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 꽤 많이 닮았다.

역사의 주인공이었으나 역사서가 다루지 않은 의병들의 이야기에 방점을 찍은 ‘미스터 션샤인’은 의병들 사이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여성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양반가 규수였으나 총을 부여잡았던 고애신(김태리 분)과 일본인에게 팔려가듯 시집 가 일본 이름을 얻었으나 여전히 조선인의 뜨거운 피가 흐르는 쿠도 히나(김민정 분)의 활약을 시청자들은 응원했다.

그동안 유약한 임금으로 치부되던 고종을 재평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종의 로청은행 예치금 증서가 의병들을 무장시키는 항일운동 지원 자금으로 쓰였다는 역사적 근거를 대며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지난 8월 말부터는 경복궁 영추문 앞 역사 전문 서점인 ‘역사책방’에서 ‘션샤인 학당’이라는 공부 모임이 열리고 있다.

‘미스터 션샤인’은 ‘도깨비’로 케이블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20.5%)을 기록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던 김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첫 시대극에 도전하며 진일보한 시각을 보여줬다. 두 회를 남겨 두고 있는 ‘미스터 션샤인’의 현재 시청률은 16.6%. ‘도깨비’를 넘기 위해서는 4%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수치를 차치하고 ‘미스터 션샤인’은 이미 괄목할 족적을 남긴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