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6일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포인트 또 올리면서 지난 3월 역전된 한·미(韓美) 금리 차는 최대 0.7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미 금리는 12월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고, 내년에도 3차례 더 올릴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미 금리 차가 1%포인트, 또는 그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 역전 상황이 장기화하면 후유증은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도 0.25%포인트 확대 시 최대 15조 원의 외국인 자본 감소를 경고했다. 신흥국들의 ‘긴축 발작’이 더 심해지면서 경제가 휘청이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의 처지다. 금리 차에 따른 자본 유출이나 부동산 시장 안정을 고려하면 올려야 하나, 이럴 경우 15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위험성이 더 커진다. 특히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418만 명, 493조 원의 다중채무에는 직격탄이다. 금리가 1% 오르면 취약계층의 연간 이자비용은 18% 증가한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금리 개입 발언도 한은 운신의 폭을 좁혀 놓았다.

미 연준은 금리 인상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3.1%로 높였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4.2%(연율)로 뛰었고, 고용·임금·물가 지표 모두 순항 중이다. 거침없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크게 낮췄다. 이미 3.0%에서 2.9%로 하향한 한은이 조만간 더 낮출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성장전략이 정상 궤도를 벗어나면서 고용 참사와 자영업 대란을 겪고 있는 한편, 혁신성장은 규제개혁 부진으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변수까지 겹쳤다.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올릴 수 있으려면 견실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