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韓銀 총재 “내외금리差 더 경계심 갖고 지켜볼 것”

이미지 크게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부에 출근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관한 견해를 말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금융시장에 큰 영향 없겠지만
금리결정 여건 점점 어려워져”

연내 1차례 금리인상 주장 속
경제지표 하향조정 상황 상충
한은, 동결-인상 딜레마 빠져

미국이 예상대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전격 올리고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하는 등 금리 인상 페달을 그대로 밟아 나가면서 한국과의 금리 역전 폭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한·미 간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부담감과 여권의 금리 인상 압박 등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진 대내외 경제 여건 탓에 금리 인상 단행을 미루고 있는 양상이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의 위기에 놓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27일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2007년 7월 이후 11년 2개월 만이다. 만약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말에도 금리를 인상하고, 한국은 금리를 현재처럼 묶는다면 그 격차는 1%포인트로 확대된다. 금리 역전 폭은 2000년 5∼10월 중 1.50%포인트로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 확대는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어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은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대 3.25%가 된다. 현재 1.50%인 한국도 내년까지 최소한 두,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통해 2%대까지는 추격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은 내부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놓고 사실상 격론 수준의 의견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10월 또는 1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한 차례 올리자는 목소리가 대세”라며 “하지만 10월엔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주요 경제지표를 줄줄이 하향 조정해야 할 텐데 거꾸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상충한다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수준이고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로 단언했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한은 안팎의 해석이다. 이 총재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금리 정책은 거시경제, 금융 불균형 축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여건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12월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한국이 금리를 동결하면 연내 미국과 금리 격차는 직전 최대치인 100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총재는 “100bp라고 (부담스럽다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면서도 “내외 금리 차에 좀 더 경계심을 갖고 자금 흐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금리 결정에는 거시변수가 제일 중요한데,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금융 불균형이 어느 정도 쌓일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최적의 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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