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교정에서 표학길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자료를 들고 걷고 있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팀이 국내 정치에만 천착하며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진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파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日사례로 본 한국경제 해답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경제가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징조가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실패와 성공의 사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식 장기불황 징조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1990년대 초 일본은 55세에 주던 연금을 5년에 걸쳐 60세로 연장했다. 연금 수령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 받지 못하게 되면서 그게 패닉(공황) 상태가 됐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사과를 편의점에서 한 개 사서 4등분해서 4분의 1씩 먹고 나머지를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 꺼내 먹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부동산 가격도 반 토막이 났다. 일본의 금융 위기는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연금개혁이 이뤄지면서 그야말로 디플레이션(불경기)이 찾아왔다. 일본처럼 위기가 찾아오면 1∼2년 수술로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1500조 원으로 심각한 상황인데.

“기업이 부도가 나면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00개 기업이 부도가 나면 우리는 1000만 가구가 부도 상태가 된다. 가계 부도는 M&A로 막을 수 없다. 망하면 한꺼번에 다 망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에서 봤던 것처럼 부부가 둘이 일하다가 한 사람이 일을 못해 집값, 보험료, 카드값을 못 내면서 가계부채의 광범위한 부도가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위기는 고용불안에서 시작한다.”

―장기불황을 뚫고 활로를 찾은 이른바 ‘아베노믹스’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민간 기업 중심으로 왜 투자와 고용을 못하는지 설문조사를 벌였다. 기업들은 환율 때문이라고 답했고, 정부가 엔화 가치를 낮췄다. 그랬더니 여행객들이 오고, 유통이 돌아가면서 숨통이 트였다. 유통이 제조업의 기를 살렸다.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생겼다. 일본은 금리가 제로 상태였지만 이른바 ‘후리코미(송금)’ 수수료가 높았다. 그래서 양적완화 정책을 폈고, 경쟁력 있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기업이 사람을 구하기 시작하니 임금이 올라갔다. 그래서 일본이 선순환 구조로 들어간 것이다.”